홈플러스가 운영자금 고갈에 따른 매장 유지 비용 부족으로 영업을 중단한 지 이틀째인 지난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 고객서비스센터에 불이 켜져 있다. 연합뉴스
홈플러스가 운영자금 고갈에 따른 매장 유지 비용 부족으로 영업을 중단한 지 이틀째인 지난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 고객서비스센터에 불이 켜져 있다. 연합뉴스
청산 가능성이 커진 홈플러스가 마지막 재고를 최대 50% 할인 판매하면서도 멤버십 회원에게만 혜택을 제공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재고 처분이 시급한 상황에서도 신규 가입을 유도한 것을 두고, 향후 매각이나 영업 양도 과정에서 핵심 자산으로 평가받을 고객 데이터베이스(DB)를 확보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반값' 받으려면 멤버십 회원가입해야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 주말까지 마이홈플러스 회원을 대상으로 생활용품과 의류, 완구, 문구류 등 남은 재고를 최대 50% 할인하거나 1+1 방식으로 판매했다. 기존 회원은 앱이나 휴대전화 번호를 제시해야 했고, 비회원은 대부분 현장에서 가입해야 할인가를 적용받을 수 있었다.

이번 할인 행사는 재고 처분과 함께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회원으로 가입하면 구매 품목과 금액, 이용 점포 등 거래 이력이 축적되는 만큼 폐점·청산을 앞두고 몰린 소비자를 신규 고객 DB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홈플러스 회원 수는 10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홈플러스는 2024년 1월 회원 900만 명을 넘어선 데 이어 같은 해 5월 1000만 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기준 주류·육류·델리 등 구매 취향별로 운영하는 7개 멤버십 클럽의 가입자도 155만 명을 넘어섰다.
홈플러스가 운영자금 고갈에 따른 매장 유지 비용 부족으로 지난 13일 전 점포 영업을 중단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열린 MBK 일방적 면담 취소 규탄 및 노동조합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마치고 항의하기 위해 본사 창문에 대자보를 붙이고 있다. 문경덕 기자
홈플러스가 운영자금 고갈에 따른 매장 유지 비용 부족으로 지난 13일 전 점포 영업을 중단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열린 MBK 일방적 면담 취소 규탄 및 노동조합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마치고 항의하기 위해 본사 창문에 대자보를 붙이고 있다. 문경덕 기자

유통업계선 '고객정보 DB'가 중요 자산

유통업계에서 고객정보는 마케팅 효율을 극대화하는 핵심 자산으로 꼽힌다. 생수·우유를 정기적으로 사는 고객과 영유아용품, 주류·육류를 자주 구매하는 고객을 세분화해 맞춤형 쿠폰과 광고를 제공할 수 있어서다. 홈플러스가 주주클럽과 미트클럽, 베이비틴클럽 등 구매 성향별 멤버십을 운영한 것도 고객별 소비 패턴을 분석해 재구매율과 객단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다.

홈플러스 멤버십에는 이름과 연락처를 넘어 고객의 구매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축적돼 있다. 마이홈플러스카드 가입 시 성명과 생년월일, 성별, 휴대전화 번호, 카드 번호, 본인확인 연계정보(CI)를 필수로 수집하고, 동의한 고객에 한해 이메일과 주소도 보유한다. 포인트 적립과 모바일 영수증을 통해 구매 품목과 결제 금액, 이용 점포, 구매 시점까지 회원별로 연결된다.
지난 13일 서울 시내의 한 홈플러스 점포 입구에 임시 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지난 13일 서울 시내의 한 홈플러스 점포 입구에 임시 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홈플러스 측 "기존 회원에 보은 위한 할인 행사였다"

홈플러스는 과거에도 고객정보를 수익화해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은 전력이 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경품행사 응모자와 기존 멤버십 회원의 개인정보 약 2400만 건을 보험사에 제공하고 231억원대 수익을 올렸다. 경품 응모 정보는 건당 1980원에, 기존 회원정보 1694만 건은 총 83억5000만원에 넘겼다.

고객 DB는 홈플러스가 청산되더라도 매각 가능한 영업자산으로 남을 수 있다. 점포나 온라인몰,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등 일부 사업이 넘어가면 관련 고객정보도 함께 이전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영업 양도·합병에 따른 개인정보 이전을 허용하되, 이전 사실과 인수 사업자, 거부 방법 등을 고객에게 사전에 알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홈플러스 측은 고객정보를 활용해 향후 영업자산 가치를 높이려는 목적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회생절차 폐지로 청산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재고 할인판매를 통해 기존 회원들에게 혜택을 확대하고 보답하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법원은 지난 3일 홈플러스가 회생계획 수행에 필요한 최소 2000억원의 운영자금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홈플러스는 자금난을 이유로 지난 13일부터 전 매장 운영을 돌연 중단했다. 오는 20일까지 즉시항고에 나서지 못하면 청산 가능성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