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중구에 있는 한 치킨집 매장 앞에 점심 뷔페 영업을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사진=박수림 기자
서울시 중구에 있는 한 치킨집 매장 앞에 점심 뷔페 영업을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사진=박수림 기자
서울 중구에서 10년째 호프집을 운영하는 60대 박모 씨는 두 달 전부터 매장 운영 방식을 바꿨다. 저녁에는 기존처럼 호프집을 운영하지만 점심시간에는 외부 뷔페 업체에 매장 공간을 내주고 9900원짜리 한식뷔페를 판매하고 있다. 대신 박 씨는 뷔페 업체로부터 매출의 일정 비율을 임대료로 받는다. 영업 방식을 바꾼 뒤 인근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만 하루 평균 70~80명이 매장을 찾고 있다.

박 씨는 "예전에는 직장인들이 2차, 3차까지 가는 회식이 많았는데 지금은 그런 문화가 많이 줄었다"며 "저녁 손님이 예전 같지 않아 낮 시간을 활용할 방법을 찾다가 한식뷔페를 들였다"고 귀띔했다. 이어 "저렴하게 점심을 해결하려는 직장인이 많아 점심시간에 손님들이 꾸준히 찾는다"고 덧붙였다.

저녁 장사에 의존하던 직장가 외식업장들이 '점심 영업'에 뛰어들고 있다. 회식 문화가 예전 같지 않아 매출이 줄자 낮 시간대에 한식뷔페나 백반을 판매하는 식으로 활로를 모색하는 것이다. 이처럼 저렴한 한 끼를 찾는 직장인 수요를 겨냥해 낮과 밤의 영업 방식을 달리하는 '하이브리드' 업장이 늘고 있다.
한식 뷔페에 직장인 손님이 가득 차 있다./사진=한경DB
한식 뷔페에 직장인 손님이 가득 차 있다./사진=한경DB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외식업 불황이 길어지면서 폐업률이 개업률을 웃돌고 있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외식업체 폐업률은 3.7%로 개업률(3.1%)보다 높았다. 같은 기간 문을 닫은 외식업체는 5747곳에 달했다. 특히 술을 판매하는 주점업장 타격이 두드러진다. 국세통계포털이 발표한 국내 주요 음식점 수를 보면 올해 4월 말 기준 전국 호프주점 수는 2만68개로 전년(2만2089개) 동기 대비 9.15% 줄었다. 주요 외식업종 중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그러자 외식업장들은 영업 방식을 다변화하며 살 길을 찾고 있다. 특히 저녁 매출에 의존하던 직장가 식당과 주점들이 비어 있던 낮 시간대를 활용해 한식뷔페나 백반을 판매하는 식으로 수익원을 확보하고 나섰다.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3년째 호프집을 운영하는 40대 박모 씨도 2024년부터 점심 한식뷔페 영업을 병행하기 시작했다. 직장인이 밀집한 오피스 상권 특성상 점심 영업에 승산이 있다고 판단해서다. 현재는 점심 매출이 전체 매출의 약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커졌다.

박 씨는 "최근 1~2년 사이 저녁 단체 손님이 20~30%가량 감소했다"며 "점심 장사를 시작한 것도 줄어든 저녁 매출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중구에 있는 한 호프집 매장 앞에 점심 뷔페 영업을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사진=박수림 기자
서울시 중구에 있는 한 호프집 매장 앞에 점심 뷔페 영업을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사진=박수림 기자
이 같은 영업 방식은 본래 코로나19 이후 회식과 단체 모임이 급감하자 주점들이 저녁 매출을 만회하기 위해 내놓은 자구책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회식 문화 축소가 일상화되고 과거처럼 2·3차까지 이어지는 술자리가 줄면서 또 다른 수익 패턴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출 회복을 위한 임시방편 정도로 여겨졌던 점심 영업이 일시적인 대응을 넘어 식당과 주점의 필수 생존 전략이 된 셈이다.

외식비 부담이 늘면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점심 수요가 급증한 점도 이러한 변화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서울 지역 냉면 평균 가격은 1만2615원, 비빔밥은 1만1769원, 칼국수는 1만38원, 삼계탕은 1만8154원으로 집계됐다. 주요 외식 메뉴 가격이 1만원 선을 훌쩍 넘어서자 비교적 저렴하게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는 한식 뷔페 수요가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회식 문화 축소와 고물가가 맞물리면서 저녁 영업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며 "업태 간 경계를 허물고 공간 활용도를 높이는 운영 방식은 향후 오피스 상권을 중심으로 더욱 보편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