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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거인' 에렌 목소리도 사고판다…AI 복제에 맞불
日 틱톡·유튜브에 퍼진 무단 합성음성
정식 서비스로 대응, 전자 워터마크 도입 추진
정식 서비스로 대응, 전자 워터마크 도입 추진
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성우 나미카와 다이스케는 자신의 목소리를 재현하는 AI 서비스 ‘폴리포니’를 14일부터 시작한다. 나미카와는 40년 넘게 활동해온 인기 성우로, 애니메이션 ‘루팡 3세’의 이시카와 고에몬과 영화 ‘스타워즈’의 아나킨 스카이워커 일본어 더빙 등으로 알려져 있다.
나미카와는 일본 IT기업과 기술 제휴를 맺고 1년 넘게 음성 녹음과 개발 작업을 진행했다. AI 모델은 단순한 목소리뿐 아니라 희로애락과 호흡, 말투 등 세부적인 표현까지 재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용자는 나미카와가 대표를 맡고 있는 소속사에 사용 목적과 원하는 대사를 신청해야 한다. 소속사는 목적 외 이용을 금지하는 계약을 맺은 뒤 AI로 생성한 음성 데이터를 제공한다. 목소리가 성우가 원하지 않는 광고나 정치·성인 콘텐츠 등에 무단으로 쓰이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진격의 거인’ 주인공 에렌(사진) 역으로 유명한 성우 카지 유우키도 공식 AI 음성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2023년 자신의 목소리를 기반으로 한 합성음성 소프트웨어와 AI 캐릭터 ‘소요기 프랙탈’을 선보였고, 올해 4월에는 운영회사를 직접 설립했다. 후지TV도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카지 유우키는 AI를 단순히 일자리를 위협하는 기술로 보지 않고 인간과 함께 새로운 표현을 만드는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식 모델을 통해 권리자에게 수익을 배분하고, 무단 복제와 합법적 이용을 구분하는 시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서비스에서 발생한 수익은 성우 본인과 소속사, 기술을 제공한 IT기업 등 권리자에게 배분된다. 나미카와 측은 다른 성우들이 희망할 경우 이들의 공식 AI 음성 모델도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성우들이 직접 AI 사업에 나서는 배경에는 SNS에서 급증하는 무단 합성음성이 있다. 인기 성우나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목소리를 흉내 낸 AI 음성이 틱톡과 유튜브 등에 대량으로 올라오고 있지만, 게시자를 찾아내고 삭제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지난해 가을에는 성우 쓰다 겐지로가 자신의 목소리를 무단으로 사용한 동영상의 삭제를 요구하며 틱톡 운영사를 상대로 도쿄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다만 해외 플랫폼이나 익명 계정을 상대로 법적 책임을 묻는 데는 여전히 높은 장벽이 있다는 지적이다.
성우업계도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일본배우연합은 지난해 11월 이토추상사와 손잡고 성우와 배우의 음성을 등록하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전자 워터마크와 성문 인증 기술을 적용해 정식 음성과 무단 합성음성을 구분하고 부정 이용을 추적한다는 구상이다.
일본 성우업계의 공식 AI 음성 사업은 무단 복제를 막는 방어 수단인 동시에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기 위한 시도로 평가된다. 향후 법적 권리와 수익 배분 체계가 정착하면 배우와 가수 등 다른 분야로도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