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그룹과 푸른그룹을 잇는 마지막 출자 고리이자 가교 역할을 하던 비상장사 부국사료의 지분 구조가 완전히 정리됐다. 독자 경영 노선을 걸으면서도 지분으로 묶여 있던 두 그룹 간 법적 계열분리 작업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부국사료에서 손 뗀 사조그룹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부국사료는 지난 10일 이승엽 부국사료 대표가 기존 주주에게서 주식을 모두 매수해 지분 100%를 보유했다고 공시했다. 거래대금은 약 980억원 규모다.
이번 거래로 사조그룹과 푸른그룹 계열사가 쥐고 있던 모든 부국사료 지분이 단번에 정리됐다. 기존에는 사조산업이 부국사료 지분 35%를, 푸른그룹 측이 오너 일가와 푸른인베스트먼트, 푸른에프앤디, 푸른저축은행 등을 통해 총 65%를 보유하고 있었다. 단일 최대주주는 사조산업이지만 실질적인 지배력은 푸른그룹이 행사하는 구조였다. 이번 거래로 부국사료는 이달 대표이사에 오른 이 대표의 개인회사로 탈바꿈했다.
부국사료는 두 그룹 간 연결고리 역할을 하던 곳이다. 사조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사조산업이 부국사료 지분을 보유하고, 부국사료가 푸른그룹의 모태인 푸른저축은행 지분을 보유하는 방식으로 두 그룹 간 지분이 얽혀 있었다. 두 그룹이 경영 측면에서 독자적인 노선을 걸었음에도 법적으로는 하나의 집단으로 분류된 이유다.
앞서 두 그룹은 부국사료가 보유한 푸른저축은행 지분을 선제적으로 정리하며 관계를 옅게 만들었다. 지난 5월 부국사료는 푸른저축은행 지분 일부를 주신홍 푸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에게 매각해 지분율을 7.21%에서 2.68%로 낮췄다.
◇다른 길 걷는 사조·푸른그룹
두 그룹의 인연은 1979년 사조산업이 푸른저축은행의 전신인 고려상호신용금고를 인수하며 시작됐다. 사조그룹 창업주인 주인용 선대회장의 장남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이 수산·식품 중심의 사조그룹을 경영해 왔고, 차남인 고(故) 주진규 사장이 금융 중심의 푸른그룹을 맡아 독립 경영을 펼쳤다.
현재 사조그룹은 주진우 회장의 장남 주지홍 부회장을 중심으로 승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푸른그룹은 주진규 사장 사망 이후 배우자인 구혜원 회장과 아들 주신홍 대표가 이끌고 있다. 인수합병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외형을 확장하며 다수의 상장사를 둔 사조그룹과 달리 금융업을 주력으로 하는 푸른그룹은 상장사를 푸른저축은행 한 곳만 두는 경영 전략을 유지했다.
변화가 생긴 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사조그룹을 자산 5조원 이상 그룹사인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면서다. 사조그룹이 대기업집단에 지정되면서 푸른그룹도 까다로운 공시 의무를 지게 됐다. 내부거래 규제와 사익 편취 금지 등 촘촘한 규제를 짊어져야 하는 부담도 안았다.
업계에서는 푸른그룹이 규제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분 고리를 완전히 끊어내는 선택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조그룹 역시 푸른그룹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이 없는 상황에서 대기업집단으로 함께 묶일 때 발생할 리스크를 짊어질 이유가 없었다는 의견이 나온다. 다만 푸른그룹이 계열분리를 하더라도 사조그룹이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공정위는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계열사를 기준으로 대기업집단의 자산 총액을 계산하고 있다. 사조그룹 계열사 자산만 따져도 5조원이 넘는다는 의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각 그룹에서 경영권 승계 작업이 한창 진행되는 시점과 맞물렸다”며 “두 그룹 간 마지막 출자 고리가 끊어진 만큼 독자 노선을 명확히 하기 위해 공정위에 친족분리를 신청하는 등 법적 계열분리 절차를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