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정책실장.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김용범 정책실장.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12일 최근 한국 경제의 성장률 반등 흐름을 두고 "단순한 경기 회복이 아니라 장기 추세 자체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초기 국면"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김 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한 나라를 설명하던 성장의 문법이 바뀌고 시장이 그 나라의 미래를 보는 기준 자체가 달라지는 순간은 10년, 2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하다"며 "지금 동아시아에서 그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때 '쇠퇴론'이 힘을 얻었던 한국 경제가 2025년을 기점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주장했다.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정치적 혼란 수습과 정책 방향 정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본격화가 맞물리며 추세 자체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경제사에서 정책과 산업 사이클이 서로를 증폭시키는 순간은 흔치 않은데 2025년 하반기의 한국이 그런 구간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며 "2025년은 훗날 돌아보면 한국 경제의 장기 추세선이 방향을 바꾸기 시작한 해로 기억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했다.

이어 "동아시아 저성장의 대표 사례로 거론되던 나라가 선진국 가운데 가장 강한 성장 탄력을 가진 나라로 평가받기 시작했다"며 "이를 단순한 반등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시장은 한국 경제의 장기 추세선을 다시 그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들어 2%대 후반의 성장률이 현실적인 전망으로 거론되고, 그동안 비현실적으로 여겨지던 잠재성장률 3%대 회복 논의까지 시작됐다고 소개했다.

김 실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자본시장 개혁 역시 이 같은 '성장의 질적 변화'와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를 축으로 한 3대 메가프로젝트를 통해 끌어올린 생산력의 성과를 국민 자산 증대와 미래 산업 투자, 기술 혁신으로 다시 순환시키려는 전략이라는 취지다.

김 실장은 "생산이라는 엔진이 아무리 강해도 그 힘을 전달하는 변속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경제 전체는 최고 속도를 낼 수 없다. 지금 바꾸려는 것이 바로 그 변속기"라며 "자본시장 개혁은 단순히 주가를 올리는 정책이 아니라 생산의 성과를 국민경제 전체로 퍼뜨리려는 성장 메커니즘의 일부"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아직은 초입"이라며 저출산과 고령화, 가계부채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고 원화의 위상 제고와 AI, 반도체 의존도 관리도 과제로 남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구조적 문제가 남아 있다는 사실과 성장 경로가 바뀌고 있다는 사실은 얼마든지 동시에 성립한다"며 "한국은 '일본의 길'을 가장 충실히 따라온 나라에서, 그 길을 가장 먼저 벗어나는 나라가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 실장은 전날에도 페이스북에 "AI 시대 생산능력 경쟁에서 국가만이 공급할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은 시간"이라며 반도체 팹(생산공장) 증설 지원의 속도전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그 시간은 규제 완화나 제도 개선을 선언한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전력과 용수, 송전망과 인허가라는 현실의 병목을 실제로 걷어낼 때 비로소 만들어진다"고 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