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골프(KPGA) 투어가 또다시 두 달여의 기나긴 ‘강제 휴식기’를 맞았다. 7월 말 2주간 짧은 숨 고르기에 들어가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풍경이다. 스폰서 이탈에 따른 외형 축소와 끊이지 않는 내부 악재로 투어 안팎의 시름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그나마 LIV골프 무대에서 돌아온 장유빈의 맹활약과 새내기 챔피언의 대거 탄생이 상반기 남자 골프에 유일한 활기를 불어넣었다.

◇점점 벌어지는 女 투어와 격차

난세의 KPGA, 신예들이 구했다
KPGA 투어는 지난달 28일 막을 내린 군산CC오픈을 끝으로 올 시즌 상반기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하반기 첫 대회인 동아회원권그룹오픈이 오는 8월 20일에야 개막하는 점을 고려하면, 투어에서 뛰는 선수들은 약 두 달 동안 꼼짝없이 원치 않는 공백기를 보내야 하는 셈이다. 경기 감각 유지와 상금 확보가 생명인 프로 선수에게 이처럼 긴 휴식기는 큰 부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투어의 외형 축소다. 올 시즌 KPGA 투어는 총 20개 대회로 치러진다. 2023년과 2024년 22개까지 늘어난 대회 수는 지난해 20개로 쪼그라든 데 이어 올해도 제자리걸음을 했다. 총상금 규모 역시 지난해 268억원에서 올해 263억원가량으로 뒷걸음질 쳤다.

올 시즌 31개 대회, 총상금 347억원 규모로 열리는 KLPGA 투어와는 확연히 비교된다. 무엇보다 28년 역사를 자랑하는 남자 골프의 간판 메이저급 대회 SK텔레콤 오픈의 돌연한 폐지는 투어 전체에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투어 확장을 이끌어야 할 협회의 행정 난맥상과 내부 갈등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흥행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지난 3월 정기총회에서 공개된 결산 자료에 따르면 KPGA는 지난해 약 11억원 적자를 냈다. 재정 악화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 들고도, 조직 내부는 지난해 불거진 직원 부당해고 논란과 소송전이 얽혀 여전히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행정력 부재는 대회 현장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달 열린 69년 역사의 최고 권위 대회인 KPGA 선수권대회에서는 최연소 우승자 기록을 두고 협회가 두 차례나 정정 발표하는 촌극을 빚었다. 가장 엄격하게 관리해야 할 역사와 기록마저 부실하다는 거센 비판과 함께 골프 팬 및 관계자들의 빈축을 샀다.

골프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KB금융그룹에 이어 올해 SK텔레콤까지 후원에서 발을 뺀 것은 투어가 얼마나 경쟁력을 잃었는지 보여주는 뼈아픈 지표”라며 “새로운 스폰서 발굴과 투어 외연 확장에 사활을 걸어야 할 협회가 내부 문제로 잡음만 내다 보니 남자골프 전체의 이미지까지 실추됐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스타 탄생이 ‘한 줄기 빛’

꽉 막힌 행정과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 유일한 위안거리는 선수들이 뿜어낸 치열한 명승부였다. 돌아온 장유빈의 화려한 복귀는 올 상반기 투어 최대 흥행 카드였다.

장유빈은 지난달 열린 KPGA 클래식과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에서 2개 대회 연속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올 시즌 처음이자 유일한 다승자로 이름을 올렸다. 제네시스 포인트 1위(3,603.70점), 상금 1위(5억8669만원), 평균 버디율 1위(23.2%) 등 주요 타이틀을 싹쓸이하며 2년 만에 대상 탈환에 바짝 다가섰다.

새로운 얼굴들의 약진도 투어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상반기 치러진 10개 대회 중 절반(5개)에서 생애 첫 우승자가 나왔다. KPGA 선수권대회 역사상 최연소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쥔 문동현(20)을 비롯해 최찬(29), 송민혁(24), 오승택(28), 정한밀(35)이 치열한 생존 경쟁을 뚫고 정상에 올랐다. 절대 강자가 없는 춘추전국시대 양상은 매 대회 새로운 기대를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베테랑의 관록도 돋보였다. 이상엽(32)은 개막전인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에서 최종 합계 23언더파 265타를 적어내며 대회 역대 최소타 우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양지호(37)는 예선전을 거쳐 출전한 코오롱 제68회 한국오픈에서 대회 내내 단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는 완벽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으로 감동을 안겼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