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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엔 별로라던 동네의 '반전'…20억 아파트 속속 등장 [철길옆집]
GTX-B·C 품은 서울 동북권 철도 허브 청량리
전문가 "서울 전역·지방 대도시 접근성 확보"
전문가 "서울 전역·지방 대도시 접근성 확보"
철로는 단순한 교통 인프라를 넘어 부동산 지형도를 재편하는 핵심 축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개통이 가시화하면서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바뀌고 있다. 한경닷컴은 노선별 개통 효과와 역세권·비역세권 간 가격 격차, 거래 흐름 변화를 데이터와 현장 취재로 짚는다. 철로를 따라 달라지는 집의 가치와 시장 재편의 실체를 검증할 예정이다 [편집자주]
"청량리가 원래 교통은 최고였죠. 그런데 사람들이 '살고 싶은 동네'로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이제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죠."
최근 찾은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인근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청량리 일대의 예전 모습을 아예 모르거나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청량리는 원래부터 '지나가는 동네'였습니다. 과거 도성 밖으로 나갈 때 거쳐 가는 길목이었고 근대 이후엔 강원·경기 동북부로 향하는 철도 관문 역할을 했습니다. 기차는 100년 넘게 청량리에 섰지만 사람들은 오래 머물지 않았습니다. 목적지는 늘 다른 곳이었습니다.
최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이 공식을 흔들고 있습니다. 청량리역은 GTX-B와 GTX-C가 모두 정차하는 수도권 핵심 환승역이 될 예정이어서입니다. GTX-B는 인천 송도에서 남양주 마석을, GTX-C는 경기 양주 덕정에서 수원을 잇습니다. 기존 철도망에 GTX 두 노선이 더해지면서 청량리는 서울 동북권 광역교통 결절점으로 재편될 전망입니다.
변화는 철도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과거 청량리의 철길이 상인과 물류를 불러 모았다면, 지금의 철길은 새 아파트와 실수요자를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기차를 타러 가는 곳'에서 '철도를 끼고 사는 곳'으로 바뀌는 과정입니다.
이를 상징하는 단지가 '청량리역롯데캐슬 SKY-L65'입니다. 청량리4구역을 재개발해 2023년 입주한 이 단지는 최고 65층 규모의 초고층 주상복합입니다. 과거 청량리에서 상상하기 어려웠던 스카이라인을 형성했습니다.
여기에 역 주변 풍경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가 들어선 청량리4구역을 시작으로 전농12구역과 용두3구역 등 재개발 사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청량리동 미주아파트 재건축 등도 진행 중입니다. 과거 저층 주거지가 밀집했던 동네가 서울 동북권 초고층 주거벨트로 바뀌는 셈입니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도 가장 큰 변화를 '도시 이미지'에서 찾았다. 청량리역 역세권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40대 직장인은 "예전에는 청량리라고 하면 시장이나 기차역 정도만 떠올렸는데 요즘은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현장 분위기는 엄청 뜨겁지는 않습니다. GTX 개통까지는 이미 시간이 남은 데다 최근 대출 규제 등으로 수요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청량리역 인근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대장 아파트 전용 84㎡ 기준 최고가가 20억4000만원인데 호가는 25억원에 육박한다"며 "가격이 높으니 실수요자들도 망설이고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아무래도 청량리역 일대에 좋은 학군이 없기 때문에 오래 버티지 못하고 팔고 나가는 사례가 많다"며 "교통과 주변 환경 등이 개선됐지만 학군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라고 전했습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 연구원은 "청량리는 향후 강남, 강북, 지방 대도시까지 접근성을 확보한 교통 요충지"라며 "GTX 기대감이 선반영됐을 가능성은 있지만 실제 착공될 경우 추가적으로 가격이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금리와 대출 규제, 경기 상황 등 외부 변수도 적지 않습니다. 단기간에 GTX 호재만으로 집값이 크게 오르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당분간 세제개편안과 금리인상 가능성이 부동산 시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장의 전세 물량도 쌓여 가는 만큼 상황을 지켜볼 필요는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