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환경·사회·지배구조) 법정공시 로드맵이 시행되면 제3자 인증 시장이 급격히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회계법인과 법무법인은 물론 신용평가사도 이 시장을 노리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2029년이면 자산 5조원 이상 상장사 등 종속회사를 포함해 3171개사가 공시 사정권에 들어온다. 2030년 이후 공시 대상이 더욱 확대되면 전체 자문 시장 규모는 매년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때부터는 제3자 인증도 의무화된다. 기업에 유리한 정보만 골라 공시하는 ‘그린워싱’을 막고 공시 데이터의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 시장을 두고 회계법인과 법무법인이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ESG 열풍에 발맞춰 2020년대 초반부터 선제적으로 전담 조직을 구성하고 전문 인력을 각사에 수십 명씩 확충했다. 하지만 법정공시 도입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수년 뒤로 밀리고 글로벌 ESG 투자 열기가 소강상태를 보이면서 애써 뽑아 놓은 인력들이 뚜렷한 수익을 내지 못해 내부적으로 고심이 깊었다.

회계법인과 법무법인은 이번 로드맵 확정을 계기로 전열을 재정비하고 전방위 영업에 나설 계획이다. ESG 채권 발행 평가로 외부 검증 노하우를 쌓아온 신용평가사와 전문 검증기관도 시장에 가세할 조짐이다. 회계법인은 재무제표 감사 노하우, 로펌은 부실 공시 소송 리스크 대응력, 신용평가사는 특화된 평가 방법론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다만 인증 자격과 기준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특정 직역의 독점과 쏠림 현상, 기업의 과도한 인증 비용 부담 등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직역 중립적’인 제도를 설계할 방침이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