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월급의 5분의 1을 고등학생 첫째와 중학교에 다니는 둘째에게 자동이체한다고 합시다. 첫째가 대학에 진학해 지원 대상에서 빠졌고, 마침 올봄 월급도 올랐습니다. 그 결과 더 큰 금액이 둘째 교육비로 자동이체되는 상황입니다. 여러분이라면 이 자동이체를 그대로 두시겠습니까."(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

"병력이 감소한다고 국방비를 단순히 줄이지 않습니다. 학령인구 감소를 교육재정 축소의 직접 근거로 삼는 데에는 신중해야 합니다."(정근식 서울시교육감)

올해 8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을 놓고 기획예산처와 교육계가 정면 충돌했다. 예산처는 학령인구 감소와 고등교육 투자 부족 등을 이유로 내국세의 20.79%를 자동 배분하는 현행 교부금 제도를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반면 교육부 등 교육계는 공교육 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해 현행 연동 방식을 흔들지 말아야 한다고 맞섰다.

예산처와 교육부는 8일 오전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교부금 개편 방안을 놓고 토론회를 열었다. 두 부처가 교부금 개편 방식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공개토론 방식의 조정을 제안하면서 마련한 자리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자신이 과거 ‘교부금 확대론자’였다는 점을 먼저 꺼냈다. 박 장관은 “저만 해도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국회 교육위원회에 있으면서 교육재정교부금의 중요성을 생각했다"며 "당시에는 교부금을 22%까지 올리는 법안도 대표 발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이후 10년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니 이제는 새로운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박 장관은 “학령인구는 빠르게 감소하는 반면 인공지능(AI) 인재 양성 등 새로운 교육 투자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며 “AI 등 초·중등 분야의 새로운 교육 수요에 대응하는 것과 함께 영유아교육부터 고등·평생교육까지 교육 분야 전체에 종합적이고 균형 있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행 내국세 연동 방식이 교육재정 안정성을 오히려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박 장관은 “현행 20.79%의 내국세 연동 구조는 내국세 형편에 따라 연도별 교부금이 급등락하면서 교육교부금의 안정성 문제를 야기한 사례가 많았다”며 “한정된 재원을 더 효과적이고 균형 있게 활용할 방안은 없는지 함께 짚어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도 현행 교부금 구조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학생 수가 줄었고 앞으로 더 줄어들 텐데, 세금이 잘 걷힌다는 이유만으로 더 큰 금액을 자동이체하는 것이 국가재정 관점에서 올바른지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세수는 법인세 의존도가 높고, 법인세는 기업 실적에 따라, 기업 실적은 해외 요인에 따라 크게 흔들린다”며 “교육재정이 안정적이어야 한다는 이유로 만든 연동 구조가 오히려 교육재정을 들쑥날쑥하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예산처는 국제 비교 자료도 개편 논리의 근거로 제시했다. 2022년 기준 한국의 초·중등교육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2만1476달러로 OECD 평균의 약 1.7배였다. OECD 회원국 중 2위다. 반면 대학을 비롯한 고등교육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6617달러로 OECD 평균의 0.4배에 그쳐 34위에 머물렀다. GDP 대비 공교육비 비율도 초·중등은 4.0%로 OECD 평균을 웃돈 반면, 고등교육은 0.6%에 그쳤다.

반면 교육계는 현행 내국세 20.79%를 유지해야 한다며 강하게 맞섰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아이들이 줄었으니 예산도 줄여야 한다는 식의 일방적인 경제 논리나 수치상의 효율성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며 "또 "교육 투자의 안전망인 20.79% 틀을 기본으로 하고 기준을 초과하는 재정이 있다면 고등교육, 영유아 교육, 평생교육 같은 교육 전반으로 넓혀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