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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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전분 및 전분당 가격을 담합한 대상과 삼양사, 사조씨피케이, CJ제일제당에 총 747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담합 사건에 부과된 과징금 중 역대 최대 규모다. 담합 기간이 7년 5개월에 달하고, 전분당이 전후방 산업에 미치는 연쇄 효과가 크다는 점을 감안해 고강도 제재를 내렸다. 담합에 가담했던 업체들은 가격을 독자적으로 재결정하고, 앞으로 3년간 반기마다 가격 변경 내용도 공정위에 보고해야 한다.

공정위는 대상 등 전분 및 전분당을 제조·판매하는 4개사에 독자적 가격 재결정 명령 등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7476억원을 부과한다고 7일 밝혔다. 전분당은 과자와 빵, 음료 등 식품뿐 아니라 제지, 철강 등 다양한 제조업 분야에서 사용되는 원재료다. 4개사는 국내 기업 간 거래(B2B) 전분 시장의 95.7%, 전분당 시장의 86.4%를 점유하는 독과점 사업자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2018년 5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7년 5개월 동안 13차례에 걸쳐 판매가격의 인상·인하 폭과 시기를 합의하고 실행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민 경제 전반에 어려움이 가중되는 시기에도 전분당의 원료인 옥수수의 가격 변동 부담을 거래 상대방에게 전가하려는 목적으로 가격을 담합했다. 전분당 가격 상승이 소비자 물가 인상이나 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해 정부가 2021년 4월부터 매년 200만t 내외의 가공용 옥수수에 대해 할당관세(0%)를 적용하는 상황에도 업체들은 담합을 통해 부당이득을 극대화했다.

구체적으로 이들은 옥수수 가격이 인상되는 시기에는 판매 가격을 합의해 빠르게 올리고, 반대로 옥수수 가격이 내려가는 시기엔 인하 폭을 최소화하고, 인하 시기를 늦췄다. 담합은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이뤄졌다. 목표 가격을 미리 합의한 뒤 4개사가 거래처에 그보다 높은 가격을 순처적으로 통보하는 방식으로 목표 가격을 수용하도록 압박하고, 유도했다. 미리 목표 가격을 정해놓고 거래처별로 거래 비중이 가장 높은 회사(주관사)가 가격 협상을 주도하면 다른 회사들은 주관사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해 가격이 목표 가격 수준으로 결정되도록 지원했다.

이들이 가격 담합에 나서기 전인 2018년 5월 ㎏당 559원이던 전분당 가격은 2022년 11월 971원으로 약 73.7% 올랐다. 러·우 전쟁 여파로 국제 옥수수 가격이 오르기도 했지만 공정위는 이들의 담합으로 전분당 가격이 더 빠르게 상승한 것으로 판단했다. 전쟁이 끝나고 옥수수 가격이 떨어졌지만 이들은 전분당 가격 인하 속도를 최대한 늦췄다. 공정위 관계자는 "전분당 업체들이 가격 담합을 통해 옥수수 가격(원가)이 오를 때도 영업이익을 어느정도 방어했고, 옥수수 가격이 내릴 땐 전분당 판매 가격을 천천히 내려 영업이익을 개선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4개 업체의 담합 관련 매출액을 6조525억원으로 산정하고, 총 7475억7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전분당 시장 점유율 1위인 대상에 가장 많은 과징금인 2341억원을 부과했다. 사조씨피케이엔 자기자본(2702억원)에 버금가는 2001억원 과징금이 부과됐다. 사조씨피케이의 연간 영업이익은 300억~400억 수준이다. 향후 5~6년간 영업으로 벌어들인 돈 만큼을 과징금으로 내야 한다. 과징금 부과와 함께 가격 재결정 명령을 받은 4개 업체는 전분당 가격을 담합 이전 수준으로 독자적으로 다시 결정하고, 앞으로 3년간 반기마다 가격 변경 내역도 공정위에 보고해야 한다.

공정위는 전분당 담합 관련해 추가 제재도 준비하고 있다. 4개사 전분당 입찰에 담합한 사건과 CJ제일제당을 제외한 3개사가 전분당 부산물 가격을 담합한 사건은 이날 심사보고서를 송부하고, 심의절차를 개시했다. 입찰 담합 관련 매출액은 9400억원, 부산물 가격 담합 관련 매출액은 1조550억원에 달한다. 공정위가 관련 매출액의 최대 20%까지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종 심의 결과에 따라 400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이 추가 부과될 가능성이 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