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관가 흔드는 고무줄 재취업 심사
높아진 공무원 취업 심사 문턱
제각각 기준에 불투명 비판도
김수현 금융부 기자
제각각 기준에 불투명 비판도
김수현 금융부 기자
이해충돌을 막기 위한 공무원 재취업 심사가 ‘깜깜이’로 진행되며 공무원 사회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들어 석연찮은 이유로 취업제한 판정을 받았다는 사례도 잇따라 거론된다. 한 정부 부처 공무원은 “비슷한 경력과 직무를 가진 사람도 누구는 승인되고 누구는 제한된다”며 “결과만 통보받을 뿐 왜 안 되는지 알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관료들의 앓는 소리라고 치부하고 넘기기엔 심사 과정 자체가 불투명한 측면이 있는 건 사실이다. 재취업 제한 여부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업무 관련성’이다. 하지만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매월 취업심사 승인 여부만 공개할 뿐 사유까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위원들의 성향, 심사 대상마다 결과도 제각각이란 지적이다. 업무 관련성이 있더라도 취업이 승인되는 ‘특별한 사유’의 경우에도 전문성, 공익성 등으로 기준이 모호하다. 어떤 경우에 예외가 인정되고, 어떤 경우에는 제한되는지 알 수 없다면 제도의 예측 가능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공직사회에서는 처우와 조직문화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민간에 비해 낮은 보수, 높은 업무 강도, 인사 적체가 겹치며 젊은 공무원들의 이탈 우려가 커졌다. 젊은 공무원 사이에서 “능력만 있으면 취업심사 대상이 되기 전에 탈출해야 한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물론 전관예우와 낙하산 재취업은 엄정하게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공직윤리를 지키겠다는 명분이 불투명한 심사 관행까지 정당화할 수는 없다. 특히 공직자 재취업 심사는 공직 윤리와 직업 선택의 자유가 맞닿아 있는 영역이다. 이해충돌을 막기 위해 일정한 제한은 필요하지만, 그 제한이 당사자의 진로를 실질적으로 좌우하는 만큼 기준은 명확해야 한다.
공직에서 쌓은 전문성과 경험이 민간에서 생산적으로 쓰일 통로까지 과도하게 좁힌다면 국가 전체로도 손실이다. 퇴직 후 진로가 지나치게 불확실해진다는 인식이 커지면 민간 전문가들이 공직에 들어오려는 유인이 약해질 수 있다. 공직윤리를 지키겠다는 명분이 인재 순환을 막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 이해충돌 가능성은 엄정하게 따지되 심사 기준과 판단 사유는 지금보다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