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단결" 바라는 시민 향해…트럼프 "공산주의 맞서야" [이상은의 워싱턴나우]
미국 건국 250주년인 4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일대는 축제 분위기가 완연했다.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지하철은 모두 성조기 색깔의 옷차림이나 장식을 한 인파로 가득 찼다. 내셔널 몰과 직접 연결되는 스미스소니언 역이 지나치게 혼잡해지면서 한때 이 역을 피하라는 안내가 나오기도 했다.
햇볕이 무섭게 내리쬐는 날씨였다. 섭씨 39.4도까지 치솟은 폭염 속에서 참석자들은 연신 물을 들이켰다. 행사장에 배치된 주방위군은 물병을 쌓아두고 나눠주는 역할을 맡았다. 폭염에 대비해서 얼음물을 준비한 참석자가 많았다. 목에 두르는 선풍기나 일명 손풍기를 들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어린 아이들은 이미 얼굴이 발갛게 익은 채로 어쩔 줄 모르는 경우도 흔했다.
참가자들에게 어떤 미국이 되기를 바라느냐고 질문했을 때 대부분은 '하나된 미국'을 강조했다. 건국 이념대로 자유롭고 정의로우며 민주적인 나라가 되어야 한다는 대답도 공통적이었다. 미시시피에서 왔다는 딜런 심스(34)씨는 "미국이 희망과 통합의 나라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United(통합된)'라는 단어는 이 나라의 이름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며, 미국인에게 멀어진 가치라고 느낀다"면서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든 더 단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미국 전역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이 집결했다. 이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유는 종교, 이념, 경제정책 등 다양했다. 인근 호텔에서 만난 오스틴 린드 씨(39)는 임신 중인 아내 베스(45)와 세 아이를 데리고 루이지애나부터 이틀 걸려서 자동차로 왔다고 했다. 그는 주로 종교적인 이유를 들었다. "대통령이 누구든 존중하지만, 낙태 반대와 같은 문제에서 트럼프 대통령보다 더 열심히 해 온 사람은 없었다"면서 "미국을 위해 기도하기 위해 왔다"고 그는 말했다. 그의 첫딸 소피아(5)는 "하나님은 위대하시다"면서 "그래서 미국은 좋다"고 했다.
백인이 다수인 행사였지만, 다른 인종도 자주 눈에 띄었다. 이라크 출신으로 3년 전 미국으로 이주했다는 쿠르드족인 와파 루스탐(60) 씨와 두 자녀는 공화당 지지자라고 했다. 아들 탈리브(20)는 "이라크가 너무 위험하고 위협을 받았기 때문에 말 그대로 자유를 찾아 미국에 왔다"고 했다. 딸 주마나(21)는 이민자에게 문호를 너무 개방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면서 "우리는 미국에 오기 위해 터키에서 10년 동안 대기했다"면서 "서류도 없이 쉽게 들어온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불공평하다고 여겨진다"고 했다.
한동안 쏟아지던 비가 그치자 현장에는 다시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졌지만 연설과 불꽃놀이를 강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폭풍은 어떤 상황이든 행운을 가져다준다"면서 "우리는 기다릴 것이다. 한 시간 후든 새벽 2시든 나는 상관 없다. 항상 그렇듯 금방 지나갈 것 같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현지시간 오후 11시(한국시간 5일 정오)부터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전날 러시모어 산 연설과 마찬가지로 "공산주의에 맞서야 한다"는 내용을 주로 강조했다.
한편 이날 미국 전역에서는 불꽃놀이 등 통상적인 건국 축하 행사도 열렸지만 백인 우월주의 단체인 ‘패트리어트 프런트’ 회원들이 초창기 남부 연합을 상지앟는 건국 초기 성조기 등을 들고 "미국을 되찾자"고 외치며 행진하는 일도 벌어졌다. 패트리어트프론트의 텔레그램 채널에는 미국 전역에서 복면을 쓰고 행진하는 모습과 주요 지역에 붙인 이민자 반대 및 시오니스트 반대(반 유대주의) 구호 사진이 공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