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 젊은 사람보다 여름을 나는 게 힘들다. 나이가 들면서 갈증이나 더위를 느끼는 감각이 둔해지는 데다 체력과 회복력도 하루가 다르게 떨어진다. 고혈압과 당뇨병, 심장·신장·관절 질환 등을 앓는 고령층은 탈수와 어지럼, 낙상, 식욕 저하 같은 사소한 변화가 건강을 크게 해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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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현 고려대안암병원 가정의학과 노인병항노화센터 교수는 3일 “노년기 건강은 단순히 ‘병의 유무’로만 판단하긴 어렵다”며 “노인에게 질병만큼 큰 영향을 미치는 게 노쇠”라고 했다.

노쇠는 단순히 나이가 많아 늙었다는 의미가 아니다. 근육이 급격히 줄고, 기운이 떨어져 작은 충격에도 몸이 쉽게 무너지는 상태를 말한다. 식사량이 눈에 띄게 줄고 걷는 속도가 느려졌다면 노쇠를 겪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같은 80세라고 해도 어떤 사람은 사회생활을 이어가면서 운동도 잘한다. 독립적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다. 반면 잠깐 이동하는 것조차 어려워 주변 도움 없이 생활하기 힘든 사람도 있다.

이런 차이를 가르는 게 노쇠다. 젊은 사람은 특정한 질환을 중심으로 건강 여부를 판단하지만, 고령층은 질환 외에 혈당과 혈압, 골밀도, 영양 상태, 보행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건강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 질병 유무가 아니라 기능 평가가 필요하다.

노쇠는 나이에 비해 일상생활 능력과 회복력이 어떤지 등을 토대로 판단한다. 특별한 이유 없이 체중이 1년 새 4.5㎏ 넘게 줄었거나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한다면 노쇠를 의심할 수 있다. 근력이 떨어져 손아귀의 쥐는 힘(악력)이 약해지고 평지를 걷는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지는 것 역시 노쇠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일상 속 신체 활동이 크게 줄어드는 것도 마찬가지다.

경희대병원 연구팀에 따르면 노쇠가 심할수록 의료기관 외래 방문은 4~5배, 입원율은 6~10배 증가한다. 수술, 항암치료, 입원 등을 할 때 회복이 더디고 합병증이 생길 위험이 크다. 감염성 질환도 쉽게 걸린다. 환자의 신체·정신 기능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치료 이익과 위험을 함께 따져야 한다.

노년기 건강 문제는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다. 갑자기 입맛이 없고 체중이 줄어드는 게 대표적이다. 예전보다 쉽게 피곤해지는 것도 눈여겨봐야 할 변화다. 체력과 근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혼자 이동하다가 넘어질 뻔한 일이 빈번하게 생기거나 밤에 화장실에 가다 비틀거리는 것도 주의해야 하는 신호다. 약을 제때 챙겨 먹기 어려워지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나이 들면 누구나 겪는 노화라고 지나치지 말고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나 노쇠 상태는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노쇠라고 해도 이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약은 없다. 진행을 늦추고 예방하기 위해선 생활 습관 관리가 중요하다. ‘나이 들면 밥심으로 산다’는 말처럼 고령층에 영양 섭취는 매우 중요하다. 식사는 끼니에 맞춰 거르지 말고 고기와 생선, 달걀, 두부, 콩 등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체중 1㎏당 1~1.2g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게 적절하다.

노년기 무리한 운동을 지나치게 많이 하는 것은 금물이다. 걷기와 가벼운 근력운동, 균형 운동 등을 꾸준히 해야 한다. 평소 균형감을 키우는 운동을 많이 해 근육을 키우면 낙상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미끄러운 바닥과 어두운 조명, 전선처럼 넘어질 만한 요인은 없애야 한다.

김 교수는 “고령층이라면 한 번쯤 의료기관에서 노쇠 평가를 받은 뒤 자신의 건강 상태를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게 좋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