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美 보건당국도 몰랐다 "코로나가 공기로 퍼진다니"
공기의 세계
칼 짐머 지음 / 이상훈 옮김
다산초당 / 632쪽│3만3000원
예일대 분자생물학자 칼 짐머
공기를 둘러싼 연구 역사 정리
수많은 전염병에 희생되면서
공기의 정체를 조금씩 알아가
칼 짐머 지음 / 이상훈 옮김
다산초당 / 632쪽│3만3000원
예일대 분자생물학자 칼 짐머
공기를 둘러싼 연구 역사 정리
수많은 전염병에 희생되면서
공기의 정체를 조금씩 알아가
2020년 2월 제롬 애덤스 당시 미국 연방정부 공중보건국 국장은 트위터에 이 메시지를 반복해 올렸다.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며 마스크 재고가 동나자 나온 호소였다. 지금 돌아보면 이상한 장면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공기가 감염의 주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초강대국의 보건 정책 담당자조차도 그랬다.
출발점은 고대 그리스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공기는 오랫동안 미지의 영역이었다. 히포크라테스는 인간에게 가장 위험한 것은 오염된 공기라며 이를 ‘미아즈마’라고 불렀다. 이런 관점은 오랫동안 이어졌다. 13세기 아랍에서 페스트가 창궐했을 때도 의사들은 미아즈마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19세기 말부터 이 관점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질병이 공기 자체가 아니라 비말을 통해 전염된다는 점이 서서히 밝혀지면서다. 미 공중보건 권위자였던 찰스 채핀은 비말에 섞인 세균은 곧 바닥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짧은 거리만 이동할 수 있다고 봤다. 1910년 출간한 책에서 “감염된 공기라는 망령에서 해방된다는 것은 큰 안도감을 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별개로 하늘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확인하려는 과학자들도 있었다. 1920년 무렵 미 과학자 엘빈 스택먼은 역사상 최초로 비행기를 활용해 높은 상공의 미생물을 포착하려고 시도했다. 그는 끝내 5000m 상공에서 포자를 포집하는 데 성공했다. 프레드 마이어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1933년 고도 1만8000m까지 올라간 열기구 ‘진보의 세기호’에 살아 있는 포자를 실었다. 공기의 흐름을 타고 훨씬 넓은 세계로 미생물이 이동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공기를 통한 감염 전파 가능성을 파고든 연구도 이어졌다. 윌리엄 퍼스 웰스와 밀드레드 위크스 웰스 부부의 연구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공기 원심분리기를 개발해 재채기에서 나오는 비말 가운데 일부는 1~2m 이내 바닥으로 떨어졌지만, 일부 비말은 비말핵으로 변해 공기 중을 떠다닐 수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
이들의 성과는 곧바로 과학의 주류가 되지 못했다. 마이어는 1938년 하와이에서 마닐라로 향하던 비행기에서 실종됐다. 웰스의 연구 역시 직접 접촉과 비말 감염을 더 중시하는 과학계 분위기 속에서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했다.
변화의 큰 계기는 팬데믹이었다. 조류인플루엔자(H5N1), 신종플루(H1N1)의 대유행에도 공기 전파 가능성은 깊이 있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단계까지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2020년 3월 미국 워싱턴주 스캐짓 밸리 합창단 집단감염 이후 분위기는 조금씩 달라졌다. 합창 연습에 참여한 단원 가운데 52명이 확진됐고, 2명이 숨졌다. 짧은 접촉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염 사례였다. 긴 논쟁 끝에 2021년 12월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가 공기로 전파된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저자는 여기서 더 나아간다. 바이러스와 세균이 한 건물 안에서만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기류를 타고 훨씬 먼 거리까지 이동할 수 있다고 본다. 중국 서부에서는 먼지 폭풍이 지나간 뒤 홍역이 집단 발병하는 사례가 보고됐다. 식물 전염병 역시 공기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종자 무역이 확대되면서 전 세계 곳곳에서 같은 품종의 작물이 재배되는 상황은 병원체가 빠르게 퍼지기 쉬운 환경을 만들었다.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팬데믹 끝에 우리는 조금씩 공기의 정체에 가까워진 듯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책은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한다.
다만 우리가 들이마시는 미생물의 세계를 더 다양하게 만드는 방법에 주목한다. 호주 애들레이드대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숲 먼지를 흡입한 생쥐가 농경지 세균을 들이마신 생쥐보다 덜 불안해한다는 실험 결과를 내놨다. 공기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면, 어떤 대안이라도 시도해 봐야 하는 게 아닐까.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