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상가상 악재만 줄줄이…1600원 '킹달러' 공포 덮쳤다 [분석+]
원·달러 환율 연일 금융위기 후 최고치 경신…1555원 넘어서
미국 달러 강세·외국인 매도에 상방 압력
미국 달러 강세·외국인 매도에 상방 압력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9원 오른 1555.8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환율은 2.6원 내린 1552.3원으로 출발해 장중 1550.7원까지 내리기도 했지만 마감 직전 하락 폭을 줄여 상승 마감했다. 전날 1554.9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치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5일(1568.0원) 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환율은 이날도 재차 고점을 높였다.
지난달 월평균 원·달러 환율도 1527.9원에 달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2월(1626.8원) 이후 28년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평균 환율도 1484.6원까지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매도세가 환율 상단을 밀어올리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는다. 10거래일째 국내 주식을 순매도 중인 외국인 투자자가 이날도 코스피시장에서 약 4조3000억원 순매도하면서 환율을 끌어올렸다. 시장에서는 하반기에도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을 이어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교보증권은 3분기 내 원·달러 환율 상단을 1600원까지 열어 둘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누적 무역수지 흑자는 약 1380억달러에 달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액은 약 980억달러다. 수출기업이 벌어들인 달러를 모두 원화로 환전하지 않는 반면, 외국인 주식 매도 자금은 달러 수요에 압력을 가하는 셈이다. 대규모 무역 흑자에도 환율이 쉽사리 내려오지 않는 배경이다.
외환당국의 대응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환율 상단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교보증권은 그간 한국은행의 개입 행태와 외환보유액 잔액을 고려하면 하반기 시장 안정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은 최대 500억달러 안팎이라고 추정했다. 국민연금의 환헤지 규모도 4월 기준 해외투자 잔액과 과거 환헤지 비율(15~20%)을 감안해 최대 700억달러 안팎으로 추산된다. 외국인의 리밸런싱(자산 재분배)을 위한 매도가 하반기에도 지속되면 방어 여력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위재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높아진 환율에 외환당국의 실개입과 구두 개입이 지속되고 있지만 하반기에도 리밸런싱 매도가 지속될 경우 상단을 막아줄 눈에 띄는 요인이 부재하다"고 설명했다. 노무라증권도 미국 금리 인상 기조에 따른 달러 강세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을 1600원으로 제시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매파적인 미국 중앙은행(Fed)과 견조한 미국 경제가 당분간 달러 강세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와 구조적인 달러 유출 압력이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의 상방 압력이 우세한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1560원 부근에서는 수출업체 네고 물량과 외환당국 경계감이 환율 상승 속도를 일부 제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나증권은 최근 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3분기 1545원, 4분기 1530원으로 제시했다. 연평균 전망치는 앞서 4월 전망치(1460원)보다 49원 높인 1509원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일본 엔화 약세도 변수로 꼽았다. 그는 "슈퍼 엔저가 이어질 경우 원화 역시 동반 약세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외국인 주식 순매도와 엔화 약세가 겹칠 경우 원·달러 환율 상단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