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 참사'에 입 연 벤투…"한두 사람 책임 아냐"
연합뉴스와 화상 인터뷰서 한국 탈락 진단
"감독이 경기 방식 만들 시간 충분히 줘야"
"감독이 경기 방식 만들 시간 충분히 줘야"
1알 연합뉴스가 벤투 전 감독과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 따르면 벤투 전 감독은 이번 결과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어 "아예 처음으로 돌아가 각자의 책임을 명확히 인정하고, 1부터 10까지 원점에서 다시 돌아보며 재건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홍명보 감독이 이끈 한국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1승 2패를 기록하며 32강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했다. 체코와의 1차전에서는 2-1 역전승을 거두며 기대를 키웠지만, 멕시코에 0-1로 패한 데 이어 남아프리카공화국에도 0-1로 무너졌다. 최종 순위는 48개국 중 34위였다.
벤투 전 감독은 한국의 조별리그 경기를 챙겨봤다고 했다. 그는 "1차전 결과가 좋았기에 안팎의 기대가 더 커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나 역시 한국의 1차전 후반전 경기력을 매우 인상 깊게 봤다"고 말했다.
다만 예상 밖 탈락을 축구에서 완전히 낯선 일로 볼 수는 없다고 했다. 벤투 전 감독은 "이런 결과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지만, 축구에서 약팀이라 여겼던 팀이 강팀을 꺾는 이변은 종종 벌어진다"며 "이번에는 한국이 그 이변을 겪었을 뿐이고, 핵심은 이 실패를 딛고 앞으로 나아가는지에 있다"고 했다.
벤투 전 감독은 홍명보 감독 체제의 전술이나 운영을 직접 평가하는 대신, 한국 축구가 회복해야 할 조건으로 '일관성'을 강조했다.
그는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의 배경을 설명하며 "힘든 상황에서도 감독과 코치진, 선수단 사이에 자리 잡고 있던 굳건한 믿음"이 중요했다고 돌아봤다.
벤투 전 감독은 "처음 부임했을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다 함께 팀 고유의 전술적 색깔을 확립하고, 서로를 이끌어가는 방식을 만드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또 "선수단과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체계를 다지고, 선수들이 스스로와 그 과정을 믿게 만드는 작업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었다"고 했다.
카타르 월드컵 당시 한국은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과 같은 조에 묶였다. 우루과이와 비긴 뒤 가나에 패하며 탈락 위기에 몰렸지만,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포르투갈을 2-1로 꺾고 16강에 올랐다.
벤투 전 감독은 그때의 저력도 신뢰와 준비의 결과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에도 숱한 위기와 어려운 순간들을 겪어야 했지만,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조별리그 마지막 포르투갈전을 앞둔 벼랑 끝 상황에서도 저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특히 강조한 것은 시간이었다. 대표팀은 짧은 소집 기간 안에 움직이는 조직인 만큼, 감독이 선수들과 신뢰를 만들고 경기 방식을 정착시키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벤투 전 감독은 "나는 4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한 팀을 온전히 지휘할 수 있었지만, 내가 떠난 뒤 한국은 대행을 포함해 4년 동안 무려 4명의 사령탑을 거쳤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한축구협회가 앞으로의 행보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한 번쯤 짚어봤으면 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이어 "감독이 선수들과 신뢰를 쌓고 그들의 장점을 극대화해 확고한 경기 방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벤투 전 감독은 한국 대표팀을 맡은 4년 동안 패스와 점유를 바탕으로 한 빌드업 축구를 일관되게 추진했다. 부임 초기에는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았지만, 전술 기조를 유지한 끝에 카타르 월드컵에서 12년 만의 16강 진출이라는 결과를 냈다.
그는 한국 축구가 앞으로 다시 출발하려면 특정 인물 교체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봤다. 협회와 대표팀, 선수단을 포함한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책임과 역할을 점검해야 한다는 취지다.
벤투 전 감독은 "협회 이사회나 수뇌부 등 내부적으로 많은 변화가 뒤따를 것이라는 점을 안다"면서도 "한국 축구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본인의 역할과 책임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고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