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피지컬 인공지능(AI), AI 데이터센터(AIDC) 등 ‘3대 메가 프로젝트’가 베일을 벗자 지방 부동산시장이 모처럼 들썩이고 있다. 인구 절벽과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침체돼 있던 지방 분양시장도 배후 주거단지 효과에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일자리가 인구 정착으로 이어지려면 해당 지역의 문화·교육 인프라가 개선돼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방 부동산 살아날까

3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5월 기준 지방 주택 매매량은 2만8013건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7.7% 줄었다. 5년 평균과 비교하면 21.1% 급감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부활,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지방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은 영향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팹·AIDC 온다" 들썩이는 광주·구미
이 같은 상황에서 3대 메가 프로젝트가 발표되자 업계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인구 유출과 기반 산업 부재에 시달리는 지방 부동산시장의 숙원인 대규모 일자리 창출의 기회여서다. 지난 29일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호남권에 896조원, 충청권에 392조원, 영남권에 270조원(잠정)을 집행하는 계획이 공개됐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지역은 광주광역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호남에 800조원을 들여 전공정 팹 2기씩 총 4기를 건설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광주로 부지를 확정했다. 최근 광주 상무지구 등 정주 여건이 좋은 주거지를 중심으로 아파트 매수 문의가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학군이 좋고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진 남구 봉선동과 첨단·수완·상무 등 택지지구가 수혜 지역으로 예상된다”며 “과거 사례를 보면 광역도로 접근성이 뛰어난 지역을 중심으로 다른 지역 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충청권에는 패키징, 영남권에는 차세대 반도체 투자 등이 이뤄진다. 삼성그룹이 로봇 관련 투자를 집중하겠다고 밝힌 경북 구미는 피지컬 AI산업의 거점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광주를 비롯해 구미, 충남 아산, 충북 청주 등의 집값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시차를 두고 정주 인구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챔피언스시티 등 관심

업계에서는 하반기 광주에서 분양될 예정인 ‘챔피언스시티 1차’(3216가구), 학동4구역 재개발 사업(2299가구), 광주양동3구역 재개발(1212가구) 등을 주목하고 있다.

챔피언스시티는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부지(약 29만㎡)를 개발해 주거·상업·문화 시설이 어우러진 랜드마크로 탈바꿈시키는 복합개발사업이다. 현대백화점의 ‘더현대 광주’도 들어선다. 청주 지웰시티가 현대백화점을 앵커(핵심 시설)로 유치해 SK하이닉스 임직원이 모여 사는 ‘청주의 대치동’으로 자리매김한 것과 비슷하다. 4315가구 중 1차 3216가구가 오는 9월께 분양에 나설 예정이다. 투자가 집중되는 지역에 분양 중인 단지도 관심이다. 청주에서는 ‘청주 푸르지오 씨엘리체’(1351가구), 아산에서는 ‘아산탕정자이 메트로시티’(1638가구)가 분양 중이다.

신규 일자리가 인구 유입과 정착으로 연결되려면 교통망, 학군, 생활 인프라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기업 이전만으로는 정주 인구 유입에 한계가 있다”며 “상업시설과 교육 환경, 의료시설 등 생활 인프라가 함께 갖춰져야 지역 부동산시장에 실질적인 변화가 있다”고 말했다. 지방 다주택자 규제 완화 여부와 금리 환경도 지방 부동산시장의 운명을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구은서/강영연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