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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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서남권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에 필요한 물과 전기를 적기에 공급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반도체 팹 4개가 들어서려면 대형 원자력발전소 4.5기 수준의 전기와 212만명 넘는 국민이 쓰는 물이 필요해 공급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29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 보고회'에서 3대 메가프로젝트에 필요한 물과 전기를 차질 없이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가장 눈길을 끄는 사업은 서남권 반도체 산업단지다. 정부는 이곳에 팹 4개가 들어서면 6.3GW의 전기와 하루 65만t의 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6.3GW는 대형 원전 4.5기 설비용량과 맞먹는다. 하루 65만t의 물은 국민 212만5000명이 쓰는 양이다. 2024년 국민 1인당 수돗물 사용량 305.9L를 기준으로 계산한 수치다.

문제는 필요량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팹만 따진 수치여서다. 팹 주변에 들어올 협력업체와 새로 유입될 인구까지 고려하면 필요한 전기와 물은 더 많아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공업용수 공급과 관련해서는 '통합 용수 공급 사업'을 조기에 끝내겠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2024년 시작됐다. 2034년까지 11년간 총 2조1601억원을 투입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팹이 들어설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과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단에 하루 107만2000t의 물을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사업은 2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2030년까지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에 하루 31만t을 공급하는 내용이다. 2단계는 2034년까지 국가산단과 일반산단에 하루 76만2000t을 공급하는 계획이다.

반면 서남권 반도체 산단의 공업용수 공급 방안은 아직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다목적댐과 발전용수 등 대체 수자원을 활용해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과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하루 100만t 이상 용수를 추가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검토됐다고 언급했다. 보고회에서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다.

정부는 댐과 하천에서 물을 받아쓰기로 계약했지만 실제로는 쓰지 않은 물량을 다시 나누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전남의 2015~2019년 하천수 사용량은 연 8억3418만여t이었다. 허가량인 연 28억4450만여t의 30%에 못 미쳤다.

댐을 높여 저수량을 늘리는 '증고'도 검토할 전망이다. 하수를 정수한 하수 재이용수, 농업용 대형 보와 저류시설의 물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대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은 이날 "서남권 댐 여유량을 활용하고 일부 조정해 수자원공사가 단독으로 (추가)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이 하루 40만∼50만t"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계 조정과 전환, 지방자치단체·발전·농업용 댐을 활용하면 30만t 이상 가능하다"고 했다.

물 부족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서남권에 해당하는 영산강·섬진강 유역은 그동안 정부가 장래 물 부족을 예상해온 지역이다. 기후부가 작년 수립한 영산강·섬진강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에 따르면 50년에 한 번 발생할 가뭄이 오면 2030년 영산강은 생활·공업용수가 연간 7140만t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다. 섬진강은 5030만t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다.

기후변화를 고려하면 부족량은 더 커진다. 영산강과 섬진강의 생활·공업용수 예상 부족량은 각각 연간 1억2000만~2억4000만t, 1억2000만~3억7000만t까지 늘어난다.

지역 내 물 갈등도 변수다. 영산강은 유량이 적고 유하거리가 130㎞로 짧다. 유역 면적도 작아 수자원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자원 총량은 한강의 8분의 1, 금강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미 광주와 전남 남서부권 생활·공업용수의 70%는 섬진강 주암·동복댐이 공급하고 있다. 섬진강·주암·동복·보성강댐에서 확보한 물의 80%가 유역 밖으로 나가는 상황이다. 때문에 영산강 쪽에 반도체 산단을 짓고 섬진강 물을 끌어가면 현재도 나타나는 물 갈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력 공급도 만만치 않은 문제다. 정부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 공급 방안으로 기존 송전선로 용량을 늘리고 새 송전선로는 지중화해 적기에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강원 동해안과 충남 서해안에서 생산된 전기를 대규모 송전망을 통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공급한다는 기존 방침을 유지한 것이다.

수도권 반도체 산단에 비수도권 전기를 끌어다 쓰는 방안을 두고 반대 여론이 거세다. 기후부는 지난달 관련 시민단체와 간담회를 열고 입지 선정 단계가 진행 중인 27개 송전선로 사업을 중단한 뒤 대안을 찾기로 했다. 이번에 대안으로 제시된 것은 지중화다. 다만 지중화가 얼마나 가능할지는 불확실하다. 비용이 크게 늘어서다.

서남권 반도체 산단 전력 공급 방안으로는 풍부한 재생에너지와 원전이 제시됐다.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달라지는 재생에너지가 반도체 산단 전력 공급 방안으로 적합한지를 두고도 논란이 있다.

정부는 전력계통 감시를 고도화하고 장주기 에너지저장장치와 양수발전댐 등 유연성 자원을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계통 강건성을 유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런 방안이 재생에너지 변동성에 대한 우려를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원전과 관련해서는 울산 울주군 새울 3·4호기를 예정대로 준공하고 설계수명 완료 후 계속운전 심사를 대기 중인 9기를 적기에 가동하기로 했다. 다만 전남 영광군 한빛원전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한빛원전 1~6호기 가운데 1호기는 작년 말 설계수명에 이르러 가동을 중단했다. 2호기도 9월 가동을 멈춘다. 3~6호기도 2034년부터 차례로 설계수명이 끝난다.

서남권 반도체 산단 조성이 추진되면서 한빛원전 계속운전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대로 전력망 확충 없이 한빛원전을 계속 운전하면 망 포화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의 전력망 접속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방안도 관심이다. 정부는 AIDC 전력 공급을 위한 '조화로운 전원 구성'에 화력을 포함했다. 데이터센터 전용 액화천연가스 발전소를 지어 전력을 공급받는 방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하반기 지역별 요금제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지역별 요금제는 지역 전력 자립도와 송전 비용, 국가균형발전 등을 고려해 전기요금을 달리하는 제도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