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조건 바꿔 제외 안 돼"…빗썸 이벤트 분쟁서 소비자 손 들어줬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빗썸을 상대로 이벤트 지원금 지급을 요구한 집단분쟁조정 사건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조정 대상은 빗썸이 지난해 11월 진행한 ‘API 첫 거래 이벤트’다. 빗썸은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거래를 처음 이용하는 고객이 이벤트를 신청하고 API 키를 발급받은 뒤 원화마켓에서 거래하면 연동 지원금 10만원과 거래수수료 전액 페이백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공지했다. API는 이용자가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자동으로 주문을 제출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적 인터페이스다.
그런데 빗썸은 같은 달 18일 이벤트 유의사항을 변경했다. 1회성 거래를 포함해 이벤트 혜택을 받기 위한 목적으로만 판단되는 행위는 어뷰징으로 보고 혜택 지급을 제한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이로 인해 한 차례만 거래한 소비자들이 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신청인들은 최초 공지된 조건대로 이벤트에 참여했기 때문에 지원금 1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거래수수료 전액 페이백 혜택은 이미 지급된 상태였다.
위원회는 신청인들이 빗썸이 광고한 지정 행위인 이벤트 신청, API 키 발급, 원화마켓 거래를 완료한 만큼 빗썸에 지원금 지급 책임이 있다며 민법상 '현상 광고' 규정을 근거로 들었다. 현상광고는 광고자가 일정 행위를 한 사람에게 보수를 지급할 의사를 표시하고, 이에 응한 사람이 광고에서 정한 행위를 완료하면 효력이 발생한다는 광고 행위다.
다만 배상 방식은 현금 지급이 아니라 빗썸 내 거래수수료 면제로 정했다. 위원회는 해당 이벤트의 취지가 API 거래 활성화였던 점과 빗썸이 신청인 외 이벤트 참여자에 대한 보상도 제안한 점 등을 고려해 10만원 상당의 거래수수료를 면제하도록 했다. 적용 수수료율은 기존 거래수수료율 0.25%보다 낮은 0.04%이며 유효기간은 12개월이다.
이번 집단분쟁조정에는 총 77명이 신청인으로 참여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올해 1월 초 소비자피해 이슈 탐지 시스템을 통해 빗썸 관련 소비자 피해를 파악한 뒤 집단분쟁조정 신청자를 모집했다. 위원회는 1월 15일 사건 신청을 접수했고, 3월 5일 집단분쟁조정 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이후 5월 19일과 6월 16일 두 차례 회의를 열어 사건을 심의했다.
빗썸이 조정 결정을 수락하면 위원회는 보상계획서를 제출받아 조정에 참여하지 않은 이벤트 참여자에게도 배상이 이뤄지도록 관련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전체 이벤트 신청인 약 3만명을 대상으로 보상이 이뤄질 경우 총 배상 규모는 약 30억원으로 추산된다.
빗썸의 이벤트 운영을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빗썸은 지난 2월 자체 랜덤박스 이벤트 당첨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담당 직원이 지급 단위를 ‘원’이 아닌 ‘비트코인’으로 잘못 입력해 대규모 비트코인이 일부 고객에게 오지급되는 사고를 냈다. 당시 빗썸은 1인당 2000~5만원 상당의 당첨금을 지급하려 했으나 입력 오류로 실제 보유 수량을 넘어서는 비트코인이 고객 계좌에 입금되기도 했다.
사고 이후 빗썸은 입출금과 거래를 제한하고 오지급된 비트코인 회수에 나섰고, 금융당국도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빗썸은 이후 해당 오지급 사고와 관련해 약 25억원을 이용자들에게 보상했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