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만 명 몰린 서울국제도서전…'흥행' 뒤 상업성·공공성 논란
성인 독서율 역대 최저 속 '텍스트힙' 열풍
한정판 굿즈 '오픈런'에 상업화 우려 제기
일부 출판사 반발…노들섬서 '서울제대로도서전' 별도 개최
한정판 굿즈 '오픈런'에 상업화 우려 제기
일부 출판사 반발…노들섬서 '서울제대로도서전' 별도 개최
성인 독서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는 상황 속에서도 이른바 '텍스트힙(Text Hip·독서를 멋지다고 여기는 문화)' 열풍에 힘입어 주최 측 추산 약 15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으나, 행사 운영의 상업성과 부스 선정의 공공성을 둘러싼 논란은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28일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에 따르면, 전 세계 18개국 538개 출판 관계사(국내 361개사, 해외 177개사)가 참여한 올해 도서전은 개막 전 사전 얼리버드 예매가 조기 매진되고 행사 기간 내내 '오픈런'이 이어지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서 성인 연간 종합독서율이 역대 최저치인 38.5%까지 떨어진 것과 대조적인 흐름이다.
현장에는 2030 여성 등 MZ세대 관람객의 비중이 높았으며,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비롯해 김애란·김초엽·은희경 등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북토크와 강연 등 400여 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정치권과 연예계 인사들의 방문도 잇달았다.
그러나 높은 관심만큼 매끄럽지 못한 운영과 상업화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초기 얼리버드 티켓 예매 당시 1인당 최대 49매까지 구매가 가능하도록 설정돼 서버가 마비되는 등 시스템 혼선이 일자 주최 측이 뒤늦게 10매로 제한 조치를 취했다.
아울러 행사장 내부가 지나치게 혼잡해 도서를 차분히 읽기 어려웠고, 출판사들이 한정판 굿즈 마케팅에 지나치게 치중하면서 '책 축제'가 아닌 '굿즈전'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출판계 내부에서는 도서전의 활기가 장기적인 독자층 확장으로 이어질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일각에서는 도서전이 독자와의 직접적인 소통 창구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면서도, 소비 지향적인 굿즈 마케팅에 과도하게 치중돼 새로운 도서를 발굴하는 도서전 본연의 가치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반면 한정된 도서 판매 수익 구조를 탈피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반론도 존재한다.
대한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출판과 굿즈 비즈니스' 보고서에 따르면, 출판 굿즈는 유통 수익 구조의 한계에 직면한 출판사들의 부가 수익 창출 수단이자 책의 가치를 확장하는 새로운 도서 문화 상품으로 정의된다.
행사 운영의 주체를 둘러싼 공공성 공방도 도마 위에 올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출협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자 출협은 2024년 주식회사를 설립해 도서전을 운영해 왔다.
이를 두고 출판계 일각에서는 도서전이 이윤 추구 중심의 영리사업으로 사유화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특히 올해 부스 선정 과정에서 공간 부족을 이유로 일부 출판사들이 대거 탈락한 반면, 출판업과 무관한 기업들이 부스를 차지하면서 선정 기준의 투명성 논란이 확산됐다.
이에 반발한 51개 출판사 및 작가·독자 단체들은 지난 25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용산구 노들섬 라운지에서 제1회 '서울제대로도서전'을 별도로 개최하며 맞불을 놓았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공공재인 서울국제도서전이 공공성을 잃고 상업주의에 오염되면서 운영의 공정성이 크게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