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부터 의료기관이 건강보험에서 받는 진료비(수가)가 크게 달라진다. 전국적으로 진찰과 입원 등 필수의료 보상이 늘고, 비수도권과 의료 취약지 병원은 추가 보상을 받는다. 반면 혈액검사와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 검사 진료비는 낮아진다.

보건복지부는 25일 이 같은 내용의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장기 재정 상황을 고려할 때 내년 건강보험료 인상 논의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역·필수 의료에 3.6조원 투입

건보 재정 3.6조 투입…'중증·분만·응급실' 살린다
복지부는 이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지역·필수 의료에 연간 3조6000억원을 투입하는 내용을 담은 수가 구조 개편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검사비 등으로 쓰이던 연간 2조6000억원의 재정을 절감하는 방안까지 포함하면 새로 투입하는 건강보험 재정은 1조원 규모다.

지역 우대 수가가 새로 도입됐다. 수도권 밖 의료기관과 수도권 중 취약지로 분류된 경기 의정부, 남양주, 이천, 포천, 인천 서북·중부권 의료기관은 12월부터 서울 병·의원보다 진찰·입원비를 5% 더 받을 수 있다. 지역 종합병원은 같은 수술을 해도 진료비를 10% 더 받는다. 야간·휴일·응급 진료 가격도 10% 높아진다. 의료 취약지역 병원에서 고위험 산모 분만을 진료하면 서울보다 진료비를 두 배 더 받는다. 이를 위해 연간 4000억원을 투입한다.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 소아 진료에도 3000억원을 추가 배정한다.

진찰료를 2~6% 올리는 데도 연간 1조5000억원을 쓸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3분 진료’ 관행을 ‘15분 심층 진료’로 바꾸는 게 목표다. 중증 수술비와 응급 의료비를 높이는 데도 9000억원을 지원한다. 전북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밤에 응급실로 실려 온 동맥류 환자를 수술할 때 지금은 1050만원의 수가를 받지만 올해 말부터는 1702만원을 받는다. 대학병원과 중소병원, 수술 후 회복을 위한 재활병원 간 원활한 연계 진료 등을 위해서도 5000억원을 투입한다.

이날 복지부가 확정한 수가 개편안은 2001년 제도 도입 후 최대 규모다. 지역·필수 의료를 살리겠다는 정부 의지가 그만큼 강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건강보험 수가 혁신은 지역의료 기능을 회복하고 필수의료를 강화하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지역의료 인력 확충, 국립대병원 육성, 의료사고 민형사상 부담 완화 등도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추가 재정 1조원…건보료 인상되나

통상 수가가 올라가면 환자 부담도 커진다. 자칫 지역 환자가 비싼 진료비를 내는 ‘역효과’가 발생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는 이를 고려해 지역 우대 수가는 환자 부담금이 높아지지 않도록 방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번 수가 개혁의 근거가 된 것은 2023년 의료기관 회계조사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입원료가 원가의 57.3%로 낮게 책정됐다고 판단했다. 반면 혈액 등 검체 검사비는 원가의 190%, MRI 등 영상 검사비는 194.1%로 높게 책정됐다고 봤다.

의료계 일각에선 기준이 된 회계조사에 오류가 많다고 지적한다. 수가 인하 대상이 된 검체 검사 중에도 필수 검사가 상당수 포함됐다는 것이다. 한 중소병원 원장은 “수가 조정 후 동네 의원 진찰료가 종합병원보다 높아진다”며 “종합병원은 고난도 진료를 한다는 의료 전달체계의 기본을 정부 스스로 부정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추가 재정 1조원은 단순 계산하면 건보료를 1%가량 올려야 확보할 수 있는 금액이다. 올해 건강보험은 당기 수지 적자가 예상된다. 지난해 말 기준 30조2217억원의 준비금이 있지만 건보료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정 장관은 “약가 인하, 부정수급 관리를 통한 지출 효율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