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억 스텔스 대신 100억 '발키리'…'가성비'에 사활 건 美
지난 18일 미국 중부 오클라호마시티 시내에서 차를 타고 북서쪽으로 약 20분을 달리자 황토빛 색깔의 격납고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미 공군 최대 정비창인 팅커 공군기지를 중심으로 1100여 개 우주·항공기업이 모여 있는 산업단지다.

단지 한가운데 자리 잡은 크라토스디펜스앤드시큐리티솔루션스(크라토스) 공장으로 들어가니 9m 크기의 무인 협동전투기(CCA) ‘XQ-58A 발키리’가 눈에 들어왔다. F-35 등 미군 차세대 주력 전투기와 편대를 이루고 비행하다가 편대장 또는 지상 명령 등으로 적기를 공격할 수 있는 협동전투기다. 조 발렌주엘라 크라토스 사업개발 수석부사장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유인기 중심의 전투기 전략 체계를 유·무인 복합으로 바꾸고 있다”며 “우리도 발키리 생산 능력을 2028년까지 세 배로 확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중전투 좌우하는 무인기

1500억 스텔스 대신 100억 '발키리'…'가성비'에 사활 건 美
XQ-58A 발키리는 가성비와 대량생산 능력을 중시하는 첨단 무기체계의 흐름을 잘 보여준다. 대당 가격이 650만달러(약 100억원)로, 1억달러 안팎인 F-35 라이트닝Ⅱ의 15분의 1 미만이다. 미국 해병대는 F-35 등 유인 전투기 한 대와 XQ-58A 발키리 4~5대가 편대를 이뤄 작전을 수행하는 전술을 훈련하고 있다. 적의 레이더망을 회피하는 고가의 스텔스 전투기보다 CCA가 더 많이 필요해진 것이다.

발키리는 앞으로 미군이 도입할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의 미래를 보여준다. 자체 중량이 1134㎏으로 무인기 중에선 덩치가 크다. 유인 전투기와 협동 작전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트 전투기다. 항속 거리는 5556㎞로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3200㎞)보다 길다. 비행 속도는 마하 0.85(마하 1=1224㎞/h)에 달한다. 마하 1.5 이상으로 설계된 F-22엔 못 미치지만 평균 시속 100㎞ 안팎인 군용 정찰기 수준에 비하면 월등한 속도다.

콕핏(조종석)과 생명유지장치가 필요 없는 구조로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공급망도 단순화했다. 발키리는 연료 탱크를 탑재하는 일반 전투기와 달리 탄소섬유로 제작한 기체 프레임 자체를 연료 탱크로 쓴다. 부품의 90%가량을 자체 생산한다. 이런 생산·제조 기술은 정보기술(IT)업계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994년 무선통신 인프라 기업으로 시작한 크라토스는 2007년 방위산업 기업으로 전환했다. 브라이언 사비키 크라토스 사업개발 이사는 “스타트업 대비 안정된 공급망과 대량 생산능력, 대형 방산기업보다 저렴한 가격이 크라토스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드론 예산 115조원

크라토스는 ‘정교한 전력(exquisite force)’에서 ‘가성비 무기 양산(affordable mass)’으로 바뀌는 미군 무기 체계의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듬해인 2023년 미 국방부는 수천 대의 무인기를 실전 배치한다는 ‘레플리케이터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이 정책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탄력받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의회에 요청한 2027회계연도 드론 예산은 750억달러(약 115조원)로 1년 전보다 250배 증가했다. 지난해 한국 국방 예산의 두 배 수준이다. 이 중 CCA 개발 및 연구개발(R&D) 예산만 24억달러에 이른다.

소형 드론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미국 스타트업 스펙터웍스가 이란의 자폭드론 샤헤드 드론을 역설계해 제조한 ‘루카스’ 드론 성능이 이란과의 전쟁에서 입증된 영향이 크다. 미 전쟁부(국방부)는 내년까지 저가형 드론 30만 대를 일선 부대에 배치할 방침이다. 미 국방혁신단(DIU) 단장을 지낸 마이크 브라운 실드캐피털 파트너는 “이란 전쟁에서 미군이 수만달러짜리 드론을 요격하는 데 100배 이상 비싼 토마호크 미사일을 써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다“며 “대량 생산이 가능한 무기에 엄청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클라호마시티=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