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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때 600억 들인 서울로7017…15억 유지비 돈값할까? [혈세 누수 탐지기]
논란 끊이질 않는 서울로7017
외국인과 직장인 등 발길 이어져
잠재력 있지만 활용 방안 숙제로
외국인과 직장인 등 발길 이어져
잠재력 있지만 활용 방안 숙제로
러시아 관광객 알렉산드라(26)의 말처럼 22일 밤 10시에 찾은 서울역 앞 서울로7017은 몽환적이었습니다. 고가 위로 올라서자 도심 불빛이 아래로 깔렸습니다. 가족 산책객이 오갔고, 벤치에 앉아 친구, 직장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는 시민들이 심심치 않게 보였습니다. 날씨 좋은 밤이라면 일부러 걸어볼 만한 길이었습니다.
최근 서울로7017은 다른 이유로 주목받았습니다. 곳곳에서 바퀴벌레가 보였다는 해외 관광객이 촬영한 영상이 확산하면서 입니다. 한경 혈세 누수 탐지기팀이 이번 논란을 계기로 서울로7017을 다녀왔습니다.
◇ 서울로7017의 역사
서울로7017은 1970년 준공된 서울역 고가도로를 2017년 보행공원으로 바꾼 사업입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철거 대신 재생을 택했습니다. 안전 문제로 차량 통행 기능을 잃은 고가를 없애기보다 보행길과 공중정원으로 바꾸고, 서울역 일대와 남대문·회현·중림·만리동 등을 잇겠다는 구상이었습니다.당시 서울시는 전체 사업비 597억원 중 40% 이상을 고가 안전보강에 투입해 내진1등급과 안전 B등급을 확보했습니다. 박 전 시장 시절에는 민간위탁을 통해 프로그램과 운영관리가 이뤄졌습니다. 오세훈 시장 체제에서는 2022년부터 서울시 직영으로 전환했습니다.
운영 방향을 행사·콘텐츠보다 유지관리 중심으로 바꾸면서 '예산 다이어트'도 함께 이뤄졌습니다. 2021년 37억원 수준이었던 집행 예산이 최근에는 15억원 수준으로 반토막 됐습니다. 현재 소요 예산 대부분이 인건비입니다.
이용자 수는 감소세입니다. 연도별로 2022년 754만명→2023년 651만명→2024년 641만명→2025년 603만명입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감소세가 크게 유의미하다고 보지 않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개장 이후 누적 유지·운영비는 250억원을 넘겼습니다. 최초 사업비까지 다 합치면 약 850억원이 됩니다.
이용률은 떨어지는 추세고 막대한 예산이 집행되다 보니, 서울시의회를 비롯해 정치권 안팎에서 줄곧 무용론 혹은 철거론이 제기돼왔던 게 사실입니다. 특히 온라인에서는 2017년 개장 때 설치된 '슈즈트리'는 잊을만하면 온라인 커뮤니티에 흉물 논란으로 소환되고 있습니다. 그간 문제가 지적될 때마다 서울시는 철거에 신중한 입장을 줄곧 내비쳤습니다. 이번 '바퀴벌레' 논란에 유튜브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관리비로도 연간 십수억이 드는데 세금 낭비 아니냐"는 반문이 이어졌습니다.
◇ 걸어보니 반전 면모
공원 기능도 어느 정도 있었습니다. 서울에서도 서울역 일대에서는 유동 인구는 많지만 잠시 앉아 쉬거나 야경을 보며 걸을 수 있는 공간이 넉넉하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서울로7017은 잠시 머무는 쉼터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곳곳에서 앉아 '멍때리는' 외국인 관광객이나 시민들도 종종 보였습니다. 누군가 치는 피아노 소리가 울려 퍼지자 낭만적인 분위기가 감돌기도 했습니다. 이에 이곳을 '야간 명소'라고 소개하는 블로그 글도 소수 확인됩니다.
◇ 몇 가지 숙제
하지만 몇 가지 과제도 눈에 보였습니다. 가장 먼저 언급하고 싶은 부분은 보행 편의성과 계절성 문제입니다. 화단을 크게 만들어서 걷기 불편하고, 선선한 밤에는 걷기 좋지만 한여름이나 한겨울에는 고가 위 보행로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됐습니다.상권과의 연계도 아쉽습니다. 일대는 수많은 직장인들 수요로 오랫동안 형성된 상권이 곳곳에 있습니다. 그냥 횡단보도로 다니는 것보다는 편하겠지만, 서울로7017로 이들을 찾기에는 동선이 조금 애매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내나 홍보도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서울로7017을 통해 만리남대문시장·회현·명동 등으로 갈 수 있다는 안내 문구가 있다거나, 잠시 쉬어가며 야경을 찍을 수 있는 '인증샷 맛집'이라는 홍보가 더 이뤄진다면 활용도가 높아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퇴계로 방향의 서울로7017의 끝단은 남산 성곽길을 접할 수 있는 백범광장공원 등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점도 외국인들에게 인증샷을 챙길 수 있는 매력 포인트가 될 수 있어 보였습니다.
◇ 바퀴벌레 논란이 남긴 진짜 질문
취재를 하면서 전임시장 작품이 이따금 도마 위에 오를 때마다 후속 과제를 떠안고 있는 서울시의 고충도 엿보였습니다. 시는 최근 몇년 동안 서울역 일대를 더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아이디어 공모전을 개최해왔습니다. 철거할 대상이 아니라면 서울로7017이 논란을 딛고 다시 시민의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길 바랍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