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사진=금융감독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사진=금융감독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22일 "국내 증시에서 반도체주 중심의 쏠림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여기에는 개인투자자가 90% 이상 보유한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품 영향이 커지고 있어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와 함께 투자자 보호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단일 종목 레버리지 투자자 대부분이 중산층의 서민인 경우가 많아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될 때 가계의 큰 충격을 줄 수도 있다"며 "이 부분과 관련한 별도의 안정 조치를 고민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품 일평균 회전율 122% 달해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2일까지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하루 평균 매매 회전율은 122.5%에 달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현물 주식(1% 미만)과 국내 주식형 레버리지·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회전율(30.2%)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 원장은 "매매 회전율 130%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매매 수수료가 적게는 5조원, 많게는 10조원이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상품 시가총액의 50%에서 최대 70%까지를 투자자들이 수수료로 내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투자자들의 실익은 없고 시스템을 관리·운영하는 증권사의 배만 불리는 모양새가 될 것 같은 개인적 우려를 가지고 있다"며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되는 상황에서 개인 자산이 크게 충격받는 부분을 완화하기 위해 미수부터 신용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어떻게 할지 등을 정책당국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페이스X 0주' 사태에 투자자 보호 측면 검사

스페이스X 공모주 미배정 사태와 관련해서는 "전반적으로 투자자 보호와 관련한 부분을 챙겨보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금감원은 스페이스X 상장 대표주관사인 골드만삭스로부터 공모 물량을 배정받기로 한 미래에셋증권에 대해 투자자 보호 문제를 전반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또 자산운용사들의 스페이스X 공모주 편입 과장광고 의혹과 관련해 오는 24일 현장검사에 착수한다. 지수 방법론을 위배하고 스페이스X를 ETF에 사전 편입했는지도 점검할 예정이다.

이 원장은 "미래에셋증권이 투자자 보호 절차를 준수했는지, 해외 주관사의 공모주 물량 변형에 대한 사실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전문투자자 등록 과정이 적정했는지, 해외 투자 관련 위험을 고지했는지 등을 챙겨보고 있다"며 "(스페이스X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신고한 서류를 보면 미래에셋증권에 231만4815주를 배정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왜 배정되지 않았는지도 추가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업계의 요구에 대해서는 "답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 원장은 "국가 간 제도 차이로 인해 공모 방식이 어려운 부분을 현지 제도에 맞게 예외 규정으로 인정해달라는 요구 등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 부분에 관해 답할 수는 없지만, 스페이스X 관련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금융사들이 지켜야 할 준수 사항 등을 공개 공유하는 등 투자자들의 예측 가능성을 확실히 해주기 위한 보완 장치를 만들어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복지 사내대출도 DSR에 기술적 편입 가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임직원 대상으로 도입한 저금리 사내 대출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규제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아 집값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일부를 DSR에 기술적으로 편입할 수 있다"고 답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사내 대출을 통한 자금을 30조원 이상으로 예상한다. 삼성전자는 무주택 직원을 대상으로 최대 5억원의 주택 자금을 연 1.5% 금리로 지원하는 사내 대출 제도를 도입했다. SK하이닉스도 최대 1억원의 주택 구입 자금을 연 1.5% 금리로 빌려주는 사내 대출 제도를 운영 중이다. 사내 대출은 임직원 복지 성격으로 DSR 등 규제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

이 원장은 "기업 복지 영역을 금융 DSR 시스템에 연계할 수 있느냐에 관한 고민이 있었다"며 "담보를 확보할 때 보증서 발행과 저당권 설정 등 두 가지 방법이 있을텐데, 접근 방식은 미시적으로 조금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저당권을 설정하게 되면 그것을 DSR에 일정 부분 기술적으로 편입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 같다"며 "그 부분에 관해서는 금융위가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사내 대출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에 대해서는 관계부처들이 주도하게 되면 저희가 보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저 개인적으로는 그 부분에 관한 선택지가 일부 있다고 생각하고, 공익을 위해 일정한 규제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정도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