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흉기 살인사건 희생자 고(故) 이채원 양 초상화. 사진=연합뉴스
광주 흉기 살인사건 희생자 고(故) 이채원 양 초상화. 사진=연합뉴스
광주 여고생 흉기 사건 피해자인 고(故) 이채원 양의 49재 추모제가 열렸다. 응급구조사를 꿈꾸던 이 양은 이날 명예소방관증과 구급대원 제복을 받으며 끝내 이루지 못한 꿈에 한 걸음 다가섰다.

21일 뉴스1에 따르면 이채원학생추모모임은 이날 광주 광산구 신창동 교육청 시민협치진흥원 주차장에서 이 양의 49재 추모식을 열었다. 이 양의 49재는 오는 22일이지만 친구들이 참석할 수 있도록 하루 앞당겨 주말에 진행됐다.

추모식은 추모 연주로 시작됐다. 이어 이 양의 어머니와 고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가 이 양을 소개하고 추모사를 낭독했다. 추모 영상 상영과 친구들의 편지글 낭독도 이어졌다.

현장은 눈물바다가 됐다. 추모식이 시작되자 유가족과 친구들, 참석자들은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렸다. 곳곳에서는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이 양의 어머니는 딸을 "희망 같은 아이"라고 했다. 그는 "태명이 희망이었던 채원이는 이름처럼 밝고 따뜻하고 저희 가족에게 늘 희망 같은 아이였다"며 "밝은 미소로 주변 사람들을 먼저 챙기고 친구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며 따뜻한 마음을 나눴던 착한 아이"라고 말했다.

딸이 품었던 꿈도 떠올렸다. 이 양의 어머니는 "응급구조사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누구보다 성실하게 노력했고 음악을 좋아하고 강아지를 사랑했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늘 긍정과 웃음을 잃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채원이를 떠올릴 때 안타까운 사건보다도 따뜻하고 밝았던 모습,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아가고자 했던 마음을 기억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21일 오후 광주 광산구 신창동 광주시교육청 시민협치진흥원에서 열린 고(故) 이채원(17) 양의 49재 추모식에서 이 양과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이 추모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1일 오후 광주 광산구 신창동 광주시교육청 시민협치진흥원에서 열린 고(故) 이채원(17) 양의 49재 추모식에서 이 양과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이 추모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담임교사도 이 양을 따뜻한 학생으로 기억했다. 시간강사 시절 중학교에서 이 양을 처음 만난 뒤 임용시험 합격 후 첫 발령지에서 다시 담임을 맡았다는 정회윤 교사는 "늘 먼저 환하게 인사하고 선생님까지 잘 챙기던 학생이자 무슨 일이 생기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가장 먼저 손을 들고 나섰던 아이"라고 떠올렸다.

정 교사는 이 양이 응급구조사의 꿈을 구체적으로 준비해왔다고 전했다. 그는 "채원이는 응급구조사는 기술만 필요한 직업이 아닌 사회성, 판단력, 사람을 향한 시간이 중요하다고 여겨 미리 공부하고 대학 진로 프로그램까지 찾아다니던, 사람을 살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채원이의 이름을, 밝은 웃음을, 꿈을, 살아가야 했던 내일을 오래오래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친구들의 편지에는 그리움이 담겼다. 김나현 양은 "아직도 이름을 부르며 인사를 해줄 것 같은데 그럴 수 없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함께 갔던 여행에서 샀던 장식품이 아직 신발에 달려 있어 볼 때마다 생각이 많이 난다"고 했다.

김 양은 마지막 인사를 전하며 눈물을 삼켰다. 그는 "'성인이 돼서도 연락할 거냐'는 질문에 장난스레 답했는데 그때 더 확실하게 진심을 담아 말해줄 걸 너무 후회가 된다"며 "너무 그립고 네 목소리, 웃음소리 한 번만이라도 다시 듣고 싶다. 학창 시절을 빛내줘서 고맙고 다음 생에 다시 만나게 되면 그땐 더 오래 더 좋은 친구로 함께하자 채원아 보고싶어"라고 말했다.
 21일 오후 광주 광산구 신창동 광주시교육청 시민협치진흥원에서 열린 고(故) 이채원(17) 양의 49재 추모식에서 추모객들이 오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1일 오후 광주 광산구 신창동 광주시교육청 시민협치진흥원에서 열린 고(故) 이채원(17) 양의 49재 추모식에서 추모객들이 오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광주소방지부는 이 양의 가족에게 명예소방관증과 구급대원 제복을 전달했다. 이 양은 중학교 2학년 무렵부터 응급구조사를 꿈꿨다. 아프고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살리는 어른이 되고 싶어 했던 학생이었다.

이 양은 매일 밤 늦은 시간에도 스터디카페에서 공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당일인 어린이날에도 늦게까지 공부한 뒤 귀가하던 길에 변을 당했다.

국가와 사회 차원의 재발 방지 약속도 나왔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범죄로부터 안전과 피해자 보호는 어떤 경우에도 소홀히 다뤄져선 안 되는 사회 기본 책무"라며 "성평등가족부는 이번 사건을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관계 기관과 함께 피해자 보호 체계를 더욱 촘촘히 살피고 피해 예방을 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차경희 광주여성의전화 인권상담소장은 "여성혐오와 젠더폭력이 반복되는 사회를 바꾸지 못한 우리 모두, 그리고 국가의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한다"며 "스토킹, 교제폭력, 여성 폭력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실효성 없는 예방시스템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했다.

가해자인 장윤기씨의 첫 재판은 오는 22일 오전 10시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성폭력처벌법상 강간 등 살인 혐의 적용 여부다.

장씨는 자신이 죽기 전 다른 사람을 죽이려고 했다면서 계획 범행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검찰은 주거지에서 가슴과 목 부분이 훼손된 리얼돌 등이 발견된 점, 타인과의 대화 내용 등을 토대로 성적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성폭력처벌법상 강간 등 살인의 법정형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다. 일반 살인죄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어떤 혐의가 인정되느냐에 따라 법정형의 범위가 달라지는 셈이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