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인천 재활용품 처리시설에서 발견된 사람 다리가 요양병원에서 입원 중인 환자의 유전자(DNA)와 일치한다는 소견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전달받았다. 사진은 해당 환자가 입원 중인 18일 오후 인천시 중구 모 요양병원. /사진=연합뉴스
경찰이 인천 재활용품 처리시설에서 발견된 사람 다리가 요양병원에서 입원 중인 환자의 유전자(DNA)와 일치한다는 소견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전달받았다. 사진은 해당 환자가 입원 중인 18일 오후 인천시 중구 모 요양병원. /사진=연합뉴스
인천의 한 공공 재활용품 처리시설에서 훼손된 신체 일부가 발견돼 지역 사회가 발칵 뒤집힌 가운데, 해당 적출물이 인근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던 80대 여성 환자의 다리인 것으로 드러났다.

살인 등 강력 범죄를 의심해 대규모 병력을 투입한 경찰 수사는 해당 병원의 '자진 신고'로 전혀 다른 국면을 맞이했다. 그러나 "환자의 다리가 괴사해 절단한 뒤 버렸으나, 청소 직원이 마네킹으로 착각해 재활용 쓰레기로 분류했다"는 병원 측의 해명은 오히려 더 큰 의혹의 불씨를 지폈다. 특히 괴사 부위를 잘라내는 '절단' 역시 명백한 중증 외과적 수술임에도, 해당 병원에는 정규 수술실조차 없는 것으로 파악돼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 강력 범죄 수사에서 의료 미스터리로… 100여 명 투입된 경찰 수사

지난 10일 인천 연수구 남부권 생활자원회수센터에서 절단된 다리가 처음 발견됐을 때만 해도, 경찰은 끔찍한 사체 유기 사건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연수경찰서를 중심으로 꾸려진 수사본부에는 인천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 40명이 증파되는 등 총 100명에 달하는 대규모 수사 인력이 즉각 투입됐다.

경찰은 수십 대의 재활용품 운반 차량 동선과 방대한 분량의 CCTV를 일일이 분석하며 실종자 대조 작업에 사활을 걸었다. 그러나 언론 보도를 통해 사건을 접한 해당 요양병원이 자진 신고하면서 수사는 급반전됐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18일, 발견된 다리가 인천의 한 요양병원에서 치료 중이던 환자의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수사 당국의 칼끝은 이제 흉악범이 아니라 요양병원 내부의 기형적인 의료 행위와 폐기물 관리 실태를 향하고 있다.

◇ "괴사한 다리를 마네킹으로 착각?"…의문스러운 폐기 경위

경찰 조사에 따르면, 병원 측은 "치료 중이던 80대 할머니의 다리에 괴사가 발생해 이를 절단하고 의료용 폐기물로 버렸으나, 청소 직원이 마네킹으로 착각해 재활용 쓰레기로 분리 배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진술을 토대로 구체적인 배출 경위를 집중 수사할 계획이다.

하지만 의료 현장의 상식에 비춰볼 때 병원의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절단을 요할 정도로 심각하게 괴사한 신체 조직은 특유의 악취와 부패 현상을 동반하기 때문에, 이를 일반 플라스틱 마네킹과 혼동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정상적인 의료기관이라면 적출 즉시 '조직물류 폐기물' 전용 밀폐 용기에 담아 감염 위험을 차단하고 엄격하게 보관해야 한다. 사람의 다리가 청소 직원의 눈에 띄어 일반 재활용 쓰레기로 둔갑했다는 사실 자체가, 해당 요양병원의 위생 및 폐기물 관리 시스템이 철저히 붕괴돼 있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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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술실 없는 병원에서의 '다리 절단'

가장 묵과할 수 없는 핵심 맹점은 '절단 과정' 그 자체에 있다. 취재 결과 해당 요양병원에는 정규 수술실이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지 절단은 원칙적으로 감염을 막기 위한 무균 환경과 출혈 통제, 마취가 필수적인 중증 외과 수술이다. 만약 병원 측이 살아있는 조직을 인위적으로 절단했다면, 수술실도 없는 일반 침상에서 무균 장비와 마취과 전문의 없이 패혈증 등 치명적 위험을 감수하고 이를 감행한 명백한 불법 의료 행위다.

반대로 병원 측 주장대로 다리가 완전히 괴사해 마취나 지혈이 필요 없을 정도로 저절로 떨어져 나간 수준이었다면, 환자의 신체가 그 지경이 되도록 전원 조치 없이 요양병원에 방치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요양병원에서 불법 수술이 이뤄졌는지를 포함해 환자의 신체 일부가 병원에서 배출된 경위와 관련해 수사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신체 부위는 지정 폐기물로 별도 처리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경찰은 병원 측의 폐기물관리법 위반 여부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