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하나만큼은 대한민국 상위 1%라고 자부했다. 고강도 기능성 피트니스(HYROX) 세계대회에 나가고, 철인 3종 경기를 여러 차례 완주했으니 말이다. 몇 달 전 받아 든 혈액검사 결과지는 그래서 큰 충격이었다. 성장호르몬 지표(IGF-1)는 40대 정상 범위의 최하한선인 60ng/mL에 걸쳐 있었고, 간 수치(AST)는 기준치의 두 배를 넘겼다. 국내에서는 사례가 매우 드문, 아주 대담한 생체 실험을 선택한 배경이다. 몸속 피를 통째로 교체하는 이른바 ‘혈장교환술’이다.
김한균 디렉터가 혈장교환술 후 몸에서 나온 기존 혈장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한균 디렉터가 혈장교환술 후 몸에서 나온 기존 혈장을 들어 보이고 있다.
혈장교환술(TPE)은 일반적인 신장 투석과는 차원이 다르다. 투석이 미세한 소분자 노폐물만 걸러내는 것이라면, 혈장교환술은 피에서 적혈구와 백혈구 같은 세포 성분을 제외한 혈장 자체를 원심분리기로 통째로 청소한 뒤 새 액체로 바꿔 넣는 시술이다. 이 과정에서 혈액 속을 떠돌며 만성 염증을 유발하는 노화 단백질과 독성 항체가 강제로 배출된다. 젊은 혈장이 늙은 쥐의 근육과 뇌세포를 재생시켰다는 미국 스탠퍼드대의 이종병체결합(Parabiosis·두 생체의 혈관을 연결하는 실험)이 이 시술의 의학적 모태다.

시술 당일, 침대에 누워 분리된 혈장을 마주했다. 진한 맥주색 액체가 백에 가득 담겨 있었다. 이튿날 아침엔 머리가 더 없이 맑아졌지만, 몸은 정반대였다. 오한이 오고 입에서 신맛이 났다. 평소의 60% 강도 운동도 버티기 힘들어 주저앉았다. 시술 4일 차엔 고강도 인터벌 훈련을 시도했다가 눈앞이 하얘지는 빈혈을 경험했다. 이유는 데이터에서 찾을 수 있었다. 피를 너무 깨끗이 청소한 탓에 좋은 콜레스테롤(HDL)이 73.0mg/dL에서 29.8mg/dL로 반토막 났고, 성장호르몬 지표도 떨어졌다. 호르몬을 만드는 원료(콜레스테롤)가 순간 고갈돼 시스템 전체가 일시적으로 붕괴한 것이다.

그러나 반전은 그 이후 찾아왔다. 운동, 식단, 수면이라는 삼박자를 지키자 몸이 폭발적으로 재건되기 시작했다. 시술 후 34일째 받아 든 최종 성적표는 놀라웠다. 최하한선이던 성장호르몬 지표는 123ng/mL로 완벽하게 정상 범위에 진입해 ‘세포 재생’ 신호를 켰고, 활력 호르몬(테스토스테론)은 5.81에서 7.00으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만성적 문제이던 신장 부하 수치와 간 수치도 정상화됐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느낀 것은 혈장교환술이 노화를 한번에 해결하는 마스터키는 아니라는 점이다. 피를 ‘리셋’했더라도 건강한 식단과 깊은 수면, 운동이 더해지지 않았다면 금세 원상복구됐을 것이다. 다만 더없이 확신하게 된 사실이 있다. 자기 몸의 데이터를 읽어보려는 노력 그리고 무너진 몸을 개선해 나가려는 집요함이야말로 젊음을 유지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 점이다. 역노화는 숫자를 아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김한균 웰니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Wave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