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안 읽는다" 출판사 불황인데…MZ 열광한 '뜻밖의 상황' [트렌드+]
제과회사가 출판사와 손잡은 이유…서사를 담자 2030 '열광'
롯데웰푸드, '애니타임 복숭아맛' 등 문학 콜라보
소주·뷰티 이어 제과·아이돌 세계관까지
롯데웰푸드, '애니타임 복숭아맛' 등 문학 콜라보
소주·뷰티 이어 제과·아이돌 세계관까지
롯데웰푸드는 18일 출판사 부크크와 손잡고 인기 시집의 감성과 작품 속 과일 소재를 담은 시즌 한정 캔디 2종을 선보였다. 작가 정의 시집 '피치 원 바이트'를 모티브로 한 '애니타임 문학콜라보 복숭아맛'과 도해 작가의 시집 '청포도 필라멘트'를 활용한 '청포도캔디 문학콜라보'다.
다음달 1일부터 한 달간 교보문고 광화문점과 영등포점에서 특별 기획전을 열고, 이달 19일부터 다음달 17일까지는 예스24에서 온라인 기획전을 연동해 소비자 접점을 넓힐 계획. 차정은 작가의 시집 '토마토 컵라면'과 '유쾌한 워터멜론'을 모티브로 한 꿀토마토·수박 맛 젤리 2종도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처럼 마케팅에 '문학'이 힙한 트렌드로 뜨는 것은 전통적 출판 시장의 지표와 정반대로 움직이는 역설적 현상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국내 성인 독서율은 38%까지 내려갔고, 단행본 출판사 22곳의 총매출액 및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각각 6.9%, 11.9% 감소하는 등 출판 시장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책이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도구를 넘어 개인의 취향과 지적 여유를 과시하는 '팬덤형 소비재'로 재정의되면서 브랜딩의 결을 설명하기 위한 문학 큐레이션 마케팅은 오히려 활기를 띠고 있다.
실제 민음사의 경우 지난해 매출 206억원, 영업이익 41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23.8%, 72.7% 급증했다. 유료 멤버십 '민음북클럽'은 모집 첫날 홈페이지 서버가 마비될 정도로 인파가 몰려 2만5000명 규모의 회원이 조기 마감되기도 했다.
이러한 텍스트힙 열풍은 오프라인에서도 증명된다. 오는 24~2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2026 서울국제도서전'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전 예매에 대기자가 폭주하며 조기 매진됐다. '오픈런 도서전'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올 정도로 책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은 최고조에 달했다.
자연스럽게 문학을 활용한 마케팅은 주류, 뷰티, 제과 등 카테고리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확장되는 추세다. 진맥소주가 민음사와 협업해 고전문학 속 글귀를 라벨에 새긴 '진맥소주X민음사' 스페셜 에디션을 선보이거나, 뷰티 브랜드 이솝이 국내 매장에서 고객의 시집을 교환해 주는 '이솝 북 익스체인지'를 가동하며 브랜드의 아날로그적 정체성을 강조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K팝 업계가 아티스트의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순수문학의 문장을 빌려 쓰는 것처럼, 유통가 역시 단순한 소비재 차원을 뛰어넘어 고유의 브랜드 이미지를 문학과 동기화하는 단계에 진입한 셈이다. 특정 시집을 생각하면 자연스레 해당 상품의 감각이 떠오르고, 반대로 제품을 소비하며 작품의 세계관을 향유하도록 만드는 정교한 브랜딩 방식인 셈.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단순한 상품 구매를 넘어 그 안에 담긴 이야기와 브랜드의 결에 몰입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이제 문학적 서사는 일회성 이색 협업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품과 콘텐츠를 하나의 소장 가치 있는 작품으로 격상시켜 팬덤을 묶어두는 강력한 생존 전략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