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보증기금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빚을 대신 갚아준 뒤 회수하지 못한 구상채권 잔액이 처음으로 4조원을 넘어섰다는 한경 보도다. 지난해 말 기준 4조2875억원으로 전년보다 18.8% 늘었다. 대신 빚을 갚아준(대위변제) 비율은 3.5%로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출을 상환하지 못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쏟아부은 대규모 보증 대출이 부실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내수 부진 속에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등 ‘3고(高)’ 충격까지 겹쳐 중소기업 자금 사정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신보 부실의 원인을 경기 탓으로 치부하고 넘길 일은 아니다. 경제 위기 때마다 정부가 선의를 앞세워 보증을 남발하고 보증기관이 부실을 떠안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벼랑 끝에 몰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돕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다. 하지만 국가 재정이 회생 가능성이 없는 한계기업을 연명시키는 데 쓰이는 것은 곤란하다.

더 심각한 것은 도덕적 해이다. ‘갚지 않고 버티면 정부가 결국 대신 갚아줄 것’이라는 인식이 기업과 금융권에 퍼져 있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봐야 한다. 중소기업의 한계 상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부실 리스크를 선제 관리하는 것은 신보 본연의 역할이다. 그런데도 구상채권 잔액이 급증하고 회수율은 3~4% 수준에 그친 것은 안이한 심사와 사후 관리 부실이 부른 결과로 볼 수 있다.

신보의 주요 재원은 정부 출연금이다. 정부의 퍼주기식 정책으로 유발된 보증기관 부실을 세금으로 막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좀비기업 지원은 최소화하고 스타트업과 유망 중소기업에 자금이 흘러가도록 시스템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신보는 신용평가 체계를 고도화하고 부실 발생 시 철저한 자산 추적과 구상권 행사로 기금 건전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