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학력 제한을 전면 폐지한다. 학력에 구애받지 않고 맞춤형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서다. 반도체 설계 분야 등에서 세 자릿수 규모의 신입사원을 선발한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잠재력 있는 인재를 확보하겠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고졸도 기술 사무직 입사 가능

"고졸은 R&D 안 된다고?"…SK하이닉스 '스펙 파괴' 나섰다
SK하이닉스는 17일 시작하는 신입사원 수시 채용부터 ‘4년제 학사 학위 이상 지원 가능’ 등 학력자격 요건을 없앤다고 발표했다. 지원자가 뛰어난 역량을 보유하고 있고 잠재력이 있다면 학력과 무관하게 지원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기존에는 설계, 연구개발(R&D) 등 직무의 기술 사무직으로 입사하려면 최종 학력이 대졸 이상이어야 했는데, 앞으로는 고졸도 지원할 수 있다. 반대로 SK하이닉스는 생산직 채용 때 지원 자격을 고등학교 및 전문대 졸업자로 제한해 왔지만, 앞으로 대졸자도 생산직으로 입사할 수 있을 전망이다.

회사 관계자는 “급변하는 AI 환경에서 미래 인재의 경쟁력은 특정 학위나 정형화된 스펙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며 “복잡한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채용 기준을 혁신한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시기에 구애받지 않고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올초 사무직과 전임직을 수시 채용으로 뽑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가 채용 방식을 뜯어고친 배경에는 최 회장이 강조한 AI 시대 인재상인 ‘3대 근육론’이 있다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최 회장은 최근 미래 인재가 갖출 핵심 역량으로 ‘생각 근육’(스스로 질문하고 본질을 파고드는 능력)과 ‘적응 근육’(새로운 기술 변화에 민첩하게 대처하는 능력), ‘공감 근육’(다양성을 이해하고 유연하게 협업하는 능력)을 제시했다.

◇설계 인력 대폭 늘린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수시 채용 설계 직무 분야에서 채용 규모를 세 자릿수로 확정했다. 차세대 반도체의 기획 및 제작을 주로 담당하는 핵심 인력을 보강하겠다는 취지다. 과거 수시 채용 규모와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많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한 SK하이닉스가 AI 반도체 분야에서도 이를 이어가기 위해 공격적으로 인재 확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이뿐만 아니라 HBM과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슈퍼사이클이 계속되면서 추가 인력 확보도 시급해졌다. 메모리 쇼티지(공급 부족)가 장기화하면서 신규 팹(반도체 생산공장) 투자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향후 5년 내 메모리 반도체 생산 능력을 현재의 두 배로 확대한다는 목표로 경기 용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다. 또 호남권에 반도체 생산기지를 추가로 구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도 제기된다. 6세대인 HBM4 이후 7세대 및 8세대 HBM 시대에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는 판단에 대규모 인력을 채용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잠재력을 지닌 신입사원을 대폭 채용해 청년 고용 확대에 기여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신입사원 수시 채용 서류 접수는 23일까지 이뤄지며 상세한 전형 일정은 SK하이닉스 채용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