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에도 역대급 '공포'…증시 뒤흔드는 '괴물'의 정체 [분석+]
역대급 변동성 온다…전쟁 이후가 더 문제
'공포지수' 94 돌파…VKOSPI 사상 최고
'공포지수' 94 돌파…VKOSPI 사상 최고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형 공포지수'라고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전일 종가 기준 87.73으로 집계됐다. 장중에는 94.25까지 올라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해당 지수는 통상 50을 넘으면 시장의 불안 심리가 급증하는 단계로, 70 이상이면 극단적 공포 국면으로 평가된다.
VKOSPI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출시 전인 지난달 26일 종가 기준 68.09를 기록했다. 이튿날 상품 출시와 함께 70을 넘어섰고 이후 계속 치솟으며 90선을 넘나들고 있다. 지정학적 긴장과 통화정책 불확실성 등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특히 단일종목 레버리지 출시 이후 변동성이 강해졌다는 게 공통된 목소리다. VKOSPI는 코스피200 옵션 가격을 기반으로 산출되는 만큼 선물시장의 수급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가 출시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일 평균 거래대금은 8조3393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54조1272억원)의 15.5%에 달하는 규모다.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2배라는 목표 배율을 맞추기 위해 매일 현·선물 리밸런싱(보유 비중 조정)을 실시한다. 주가가 오르면 추가 매수, 주가가 내리면 추가 매도에 나서야 한다. 이때 매도 물량이 다시 주가를 끌어내리는 악순환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변동성이 커지면서 ETF 시장가격과 순자산가치(NAV) 간 간격이 벌어지는 괴리율 초과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장 마감 무렵 리밸런싱을 동반하기 때문에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음의 복리효과로 인해 단일종목 주가가 오르고 내리는 과정에서 주가 자체가 변하지 않은 경우에도 원금이 줄어들 수 있어 단기 매매용으로만 활용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역대급이었던 국내 증시 변동성이 미국과 이란 전쟁 종결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특히 금리 정책 변화 가능성을 변동성 지속의 핵심으로 꼽았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998년 미국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파산 이후 미국 중앙은행(Fed)이 세 차례 금리를 내린 뒤 1999년 6월부터 2000년 5월까지 다시 금리를 인상했던 사례를 언급했다. 당시 기준금리가 오를수록 주식시장 변동성도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상황도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Fed가 6~7월에 금리를 올리지 않더라도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점차 긴축으로 전환하고 있고, 일본은행(BOJ)과 한국은행도 뒤따를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통화정책 전환기에는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게 일반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전쟁 리스크가 완화돼도 변동성이 빠르게 낮아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문제와 원유 생산시설 정상화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통화정책 전환도 끝난 것이 아니라 속도의 문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수급 역시 아직 완전히 돌아섰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최근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되고 있지만 매수 전환으로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설명이다. 허 연구원은 "높은 변동성은 장기 투자자들의 피로도를 높인다"며 "최근 외국인 투자자의 연속 매도도 펀더멘털 악화 때문이라기보다는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라고 해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그간 조정된 업종에 대한 비중을 늘리는 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 연구원은 "반도체, 정보기술(IT) 하드웨어 등 주도 업종 비중을 줄일 필요는 없다"며 "5월 이후 조정을 보인 IT가전, 전력기기, 기계, 조선 등 비중을 늘려 반도체 쏠림으로 인해 높아진 변동성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