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아이스크림' 노란봉투법이 뉴노멀되려면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이 한창이고, 대한민국 대표팀도 1차전에 체코를 이기며 상쾌한 출발을 하였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은 메시, 호날두, 모드리치, 손흥민 등 한시대를 뜨겁게 장식한 축구영웅들의 마지막 월드컵 무대이자, 엘링 홀란, 라민 야말, 이강인 등 새로운 스타들이 자신들의 시대가 도래하였음을 알리는 세대교체의 장이기도 하다. 영원한 것은 없고 시간이 흐르며 모든 것은 변하기 마련이다.

노란봉투법 입법 후 약 1년, 시행 후 3개월 정도가 흘렀는데, 핵심 내용인 ‘하청 노동조합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여부와 관련하여, 기존 노동조합법의 해석으로도 인정이 되는 것이었다, 노란봉투법 입법은 기존 판례를 법제화한 것이라는 확인적 입법설과 노란봉투법은 구법과 달리 노사관계를 새롭게 확대한 것이라는 창설적 입법설의 견해대립이 있었는데, 대법원은 2026. 5. 21. 현대중공업 사건 판결을 통하여 구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라 함은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자’라고 판시함으로써 창설적 입법설의 입장을 취하였다(대법원 2026. 5. 21. 선고 2018다296229 판결). 이 사건은 2017. 1. 6. 소송이 제기되어 9년이 넘게 진행되었고 대법원에서만 7년 6개월 동안 심리가 진행될 정도로 많은 고심끝에 결론이 내려진 사건인데, 심리가 이어지는 동안 제기된 여러 논란과 혼란을 매듭 지으면서, 구 노동조합법의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하게 되었다.

확인적이든 창설적이든 뭐가 대수냐고 할 수도 있는데 그렇지는 않다. 위 사건이 대법원에서 심리가 계속되던 중 하급심 법원은 CJ대한통운, 현대제철, 한화오션, 백화점 사건에서 구 노동조합법 해석으로도 이른바 실질적 지배력설에 따라 하청 노동조합에 대한 원청의 단체교섭의무가 인정된다는 판결을 잇따라 선고하여 왔고, 이 판결들을 토대로 고용노동부의 지침이 발간되었다. 그런데 이번 현대중공업 판결이 선고됨에 따라 실질적 지배력설을 따른 하급심판결들은 법리오해로 취소 또는 파기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고, 고용노동부 지침의 법리적 근거 또한 상당히 약화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노란봉투법은 이제 다시 시작이고, 관련 쟁점들에 대한 법리 확립은 추후 사건화가 되어 법원의 시간으로 옮겨가 판결이 내려져야 가능해질 것이다.

이제 구 노동조합법과 완전히 단절되어 새로운 시대가 열렸으니 노란봉투법이 법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문제를 최소화하면서 잘 작동하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하는데, 삼척동자도 다 아는 것처럼 노란봉투법이 정밀한 검토 없이 입법이 된 상황이라 난제가 한 두가지가 아니다. 일단 법 집행기관 차원에서는 하나의 교섭의제라도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교섭 자리에 앉게 함으로써 법이 작동되고 있는 모습을 보이려고 하고 있고, 충분히 이해되는 바도 있으나, 그런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원청을 상대로 한 하청노동조합의 시정신청 사건들에서 여러가지 교섭의제 중 한 가지 의제에 대하여 사용자성이 인정되면 교섭요구사실을 공고하라는 결정이 내려지고 있고, 당연히 “그럼 나머지 의제들은?”이라는 의문이 남고 있다. 만약 시정신청을 이행하여 단체교섭을 하게 되면, 나머지 의제들에 대하여 교섭대상인지 얘기를 해봐야 하는데 여기서 노사가 의사합치가 안되면 분쟁은 불가피하고, 아마도 단체교섭 거부해태의 부당노동행위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구 노동조합법의 해석으로도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려는 입장에서 전면적으로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것은 조금 과한듯하니 '의제별 사용자성 판단'이라는 아이디어가 나오고, 이를 입법 과정에서 그대로 받는 바람에 의제별 사용자성으로 된 것이 아닌가 추측이 되는데, "이 의제는 사용자이고, 이 의제는 사용자가 아니고" 하는 식으로 건건이 사용자성 판단을 하라고 하니 시작부터 너무 어렵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노란봉투법으로 인하여 노사관계가 1:1의 단면적 관계 혹은 일차방정식이었다면, 이제 노사관계는 원청 사업주, 하청 사업주(들), 원청 노동조합(들), 하청 노동조합(들) 사이의 다면적 관계 혹은 최소 3차 방정식으로 바뀌는 대변혁이 일어났는데, 이런 관계에서 법리적, 현실적 문제나 이해관계 조정이 어떻게 이루어지게 될 지 가늠조차 어렵다.

지금이야 건건이 교섭, 건건이 사용자성 판단 단계에 있기 때문에 전혀 실감이 나지 않은 이야기 일수도 있지만, 특히 단체교섭이 결렬되어 쟁의행위 국면으로 들어가게 되면 너무 어려운 문제들이 등장하게 된다.

하청 노동조합과 원청의 단체교섭이 결렬되어 하청 노동조합이 쟁의행위를 하였을 때를 가정해보면, 노동조합법 제44조 제1항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의 적용을 규정하고 있는데, 원청은 임금지급 주체가 이나므로 무노동무임금 원칙이 적용이 될 수 있는 것인지, 하청 사업주 입장에서는 단체교섭을 하지도 않았고, 쟁의행위의 상대방도 아닌데, 소소 근로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쟁의행위를 한다면서 출근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것은 쟁의행위가 아니고 무단결근인지, 원래 무단결근이면 징계 등 인사조치를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인데, 한편으로 원청을 상대로는 정당한 쟁의행위라면 어떻게 되는 것인지. 마치 뜨거운 아이스크림처럼 ‘정당한 무단결근’이 되는 것인지(새로운 법적 개념의 탄생), 무노동무임금은 하청을 통하여 구현이 되는 것인지 등 복잡한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또 쟁의행위가 발생하면, 업무가 진행되지 않으므로 원청 사업주와 하청 사업주 사이의 도급계약이 불이행 상태가 되는데, 누구한테 책임이 있는 것인지, 누가 누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인지 또는 아무도 계약불이행 상태에 책임이 없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단체교섭의 상대방도 아니고 쟁의행위의 상대방도 아닌 하청 사업주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도급대금을 못받는 손해를 고스란히 감수해야 하는지 등의 문제가 생각해볼 수 있다.

노동조합법은 사용자측의 쟁의행위로 직장폐쇄를 상정하고 있고, 이는 노동조합 측의 쟁의행위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노무수령을 거부의 의사표시를 하는 것인데, 쟁의행위 발생 시 근로계약 상대방이 아닌 원청 사업주가 노무수령을 거부할 수 있는 것인지, 물리적인 방법으로 출입을 막아야 하는 것인지 등 답을 내기 어려운 문제들이 너무 많다.

단체교섭이 본격화되고, 무리없이 진행되어 타결이 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교섭결렬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고, 쟁의행위 국면으로 들어가며 위와 같은 어려운 문제에 직면하는 것이 머지 않을 것이고, 이처럼 다면적으로 바뀌어 버린 노사관계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인사노무그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