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사병 전설이 되다' 박지훈 포스터 / 사진=티빙
'취사병 전설이 되다' 박지훈 포스터 / 사진=티빙
인기 드라마 속 음식이 편의점 도시락과 간편식으로 잇따라 출시되면서 식품·유통업계의 콘텐츠 지식재산권(IP) 마케팅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협업 상품이 흥행한 데 이어 이번에는 티빙 오리지널·tvN 드라마 ‘취사병 전설이 되다’ 속 메뉴가 편의점 매대로 옮겨왔다.

드라마 속 찜닭·돈까스·홍시떡볶이 현실로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세븐일레븐, GS25, CU, 이마트24 등 주요 편의점은 CJ제일제당과 손잡고 ‘취사병 전설이 되다’ 협업 간편식을 순차적으로 출시한다. 드라마 속 주인공 취사병이 선보인 메뉴를 실제 도시락과 간편식으로 구현한 상품이다.
사진=tvN 드라마 ‘취사병 전설이 되다’ 방송 화면
사진=tvN 드라마 ‘취사병 전설이 되다’ 방송 화면
‘취사병 전설이 되다’는 평범한 이등병이 특별한 요리 능력을 갖게 되면서 군대 음식을 바꿔나가는 내용을 담은 밀리터리 쿡방 판타지 드라마다. 군 생활과 음식이라는 익숙한 소재에 웹툰 원작 팬덤, 배우 박지훈의 인지도, ‘밤에 보면 배고파지는 드라마’라는 입소문이 더해지며 젊은층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다.
'황홀한 맛' 北 주민 귀순시킨 그 음식…5000원대에 쫙 깔렸다 [권용훈의 트렌드워치]
편의점업계가 주목한 것은 작품 속 메뉴의 상품화 가능성이다. 드라마에는 찜닭, 돈까스, 산채비빔밥, 홍시떡볶이 등 대중성이 높은 메뉴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익숙한 음식이지만, 극 중에서는 ‘전설의 급식’이라는 서사가 더해진다. 편의점업계는 이 지점을 간편식으로 옮기면 드라마 팬에게는 세계관을 소비하는 경험을, 일반 소비자에게는 익숙하면서도 차별화된 한 끼를 제공할 수 있다.
'황홀한 맛' 北 주민 귀순시킨 그 음식…5000원대에 쫙 깔렸다 [권용훈의 트렌드워치]

맛·가격 경쟁 넘어 ‘콘텐츠 커머스’ 차별화

세븐일레븐은 이날 ‘그럴싸한간장찜닭도시락’을 출시했다. 드라마 속 주인공 취사병이 선보인 메뉴에서 착안한 상품으로, 춘장을 더한 간장찜닭과 당면을 메인으로 구성했다. 여기에 소시지어묵볶음, 볶음김치, 만두강정, 미트볼 등을 담았다. 가격은 5500원이다.

GS25는 17일 ‘취사병 정성을담은돈까스’와 ‘취사병 산채불고기비빔밥’ 2종을 선보인다. 돈까스 상품은 드라마 속 돈까스 편을 모티브로 돈까스 2장과 경양식 소스를 담았다. 산채불고기비빔밥은 산채비빔밥 편에서 착안해 참나물, 청상추, 표고버섯볶음, 콩나물무침, 계란후라이, 불고기 등을 구성했다. 군 생활의 향수를 자극하는 ‘맛다시 고추장’도 넣었다.
'황홀한 맛' 北 주민 귀순시킨 그 음식…5000원대에 쫙 깔렸다 [권용훈의 트렌드워치]
이마트24는 같은 날 ‘전설의꿀조합’ 도시락을 출시한다. 드라마 속 화제 메뉴인 ‘홍시떡볶이’에서 착안한 상품이다. 홍시 퓨레를 활용한 떡볶이에 참치마요덮밥, 김말이, 만두튀김, 동그랑땡, 미트볼 등을 함께 담았다. CU도 옛날 햄버거와 고추장라구파스타 등 협업 상품을 선보인다. CJ제일제당이 공개한 편의점 전용 협업 상품은 모두 6종이다.

오징어게임·흑백요리사 이어 ‘취사병’까지

편의점 입장에서는 IP 협업이 간편식 차별화 수단이 되고 있다. 도시락과 삼각김밥, 샌드위치 등 편의점 간편식은 가격과 구성이 비슷해 차별화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인기 콘텐츠와 결합하면 같은 도시락이라도 ‘드라마 속 메뉴를 먹어본다’는 경험을 줄 수 있다. 고물가로 5000원대 한 끼 수요가 커진 상황에서 재미와 가성비를 동시에 내세울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식품업계에도 효과가 있다. CJ제일제당은 이번 협업을 통해 자사 식재료와 브랜드를 드라마 세계관 안에 자연스럽게 노출하고, 이를 실제 상품 판매로 연결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특히 AI를 활용한 가상 간접광고(VPPL)를 도입해 촬영이 끝난 영상에도 제품과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삽입했다. 단순 PPL을 넘어 콘텐츠 제작, 브랜드 노출, 상품화, 편의점 판매까지 이어지는 구조다.
'황홀한 맛' 北 주민 귀순시킨 그 음식…5000원대에 쫙 깔렸다 [권용훈의 트렌드워치]
업계에서는 이번 흐름을 ‘흑백요리사’ 이후 편의점 콘텐츠 커머스의 확장판으로 보고 있다. ‘흑백요리사’가 스타 셰프와 실제 요리 경연의 화제성을 활용했다면, ‘취사병 전설이 되다’ 협업은 드라마 속 가상 메뉴를 현실 상품으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실존 셰프의 이름값보다 콘텐츠 속 서사와 팬덤을 상품화한 사례에 가깝다.

편의점업계는 콘텐츠 IP 협업 상품을 계속 확대할 전망이다. GS25는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흑백요리사’ 협업 상품을 선보인 데 이어 이번에는 드라마 IP로 영역을 넓혔다. 세븐일레븐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웹툰 ‘좀비딸’ 등 콘텐츠 협업 경험을 쌓아왔다. 이마트24와 CU 역시 드라마 속 메뉴를 편의점 전용 상품으로 구현하며 콘텐츠 커머스 경쟁에 가세했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간편식은 맛과 가격 경쟁만으로는 차별화가 쉽지 않아 콘텐츠와 결합한 상품 기획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인기 IP를 활용하면 상품 자체가 하나의 체험 콘텐츠가 되기 때문에 젊은 소비자의 반응을 끌어내기 쉽다”고 말했다.
'황홀한 맛' 北 주민 귀순시킨 그 음식…5000원대에 쫙 깔렸다 [권용훈의 트렌드워치]
유행은 빠르게 번지지만 그 이면은 쉽게 보이지 않습니다. ‘트렌드워치’는 뜨는 소비 트렌드 뒤에 숨은 업계의 전략과 시장의 변화를 추적합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