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 대표가 15일 경기 의왕 유비파이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최혁 기자
임현 대표가 15일 경기 의왕 유비파이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최혁 기자
“세상에 없던 ‘드론쇼’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데 대해 자부심을 느낍니다.”

지난 3월 서울 뚝섬한강공원에서 열린 BTS 컴백 기념 드론쇼를 주관한 임현 유비파이 대표(40)는 15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당시 드론쇼에서는 2000여대의 드론이 BTS 멤버들의 얼굴과 태극기, 한글 ‘아리랑’ 등을 밤하늘에 구현하며 국내외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 대표는 “2014년 창업 당시만 해도 국내에 드론쇼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며 “지금은 K팝 공연이나 국가 행사에 이르기까지 드론쇼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 세상에 없던 드론쇼 만들다

임 대표는 학창 시절 자타가 공인하는 ‘로봇 덕후’였다. 학부 때 전기전자공학을 전공했지만 주로 로봇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각종 로봇 대회에 참가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주최하는 세계 대학생 기술 경진대회 ‘이매진컵(Imagine Cup)’에 한국 대표로 출전하기도 했다. 이후 ‘하늘을 나는 로봇’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서울대 항공우주공학 박사과정에 진학했다. 함께 공부하던 박사과정 동기생 두 명과 함께 2014년 3월 유비파이(UVify)를 세웠다. 로봇을 무인화하겠다는 뜻에서 ‘무인 운송체(Unmanned Vehicle)’의 앞 두 글자를 따고 영문 접미어인 ‘~ify’를 붙였다.

지난 3월 뚝섬한강공원에서 펼쳐진 BTS 드론쇼.  연합뉴스
지난 3월 뚝섬한강공원에서 펼쳐진 BTS 드론쇼. 연합뉴스
임 대표는 창업 초기 2년 동안 사실상 매출 없이 기술 개발에만 매달렸다. 임 대표는 “서울대 농구장에 텐트를 치고 한겨울 내내 밤샘 실험을 했다”며 “밤에만 테스트가 가능해 오후에 출근해 새벽까지 기체를 날리고 아침에 퇴근하는 생활을 반복했다”고 회상했다. 이런 노력 끝에 탄생한 게 드론 라이트쇼 전용 기체 ‘IFO’다. IFO는 ‘식별 가능한 비행체’(Identified Flying Object)의 약어로, 미확인비행물체(UFO)의 반대 개념이다.

기술 개발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임 대표는 매주 부산 광안리 드론쇼 현장을 찾아 배터리와 소프트웨어, 비행 안정성 등을 점검하고 새로운 기술을 시험한다. 그는 “연구개발은 한 번에 끝나는 게 아니라 매일 밥 먹듯이 계속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게 유비파이는 군집 드론 분야 국내 대표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국 드론 기업 최초로 ‘10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고 최근 네이버, 크릿벤처스, NXC 등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도 유치했다.

◇ 미국 텍사스서 1만대 군집 비행 성공

유비파이는 세계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오픈소스 비행제어 소프트웨어 ‘PX4’를 운영하는 글로벌 기구인 드론코드재단 이사회에 국내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 4월 미국 텍사스 맨벨에서는 1만대 드론 군집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기네스 세계기록 4개 부문을 동시에 달성한 것이다.

임 대표는 이 같은 비결을 묻는 질문에 중국 업체와 차별화한 ‘디자인 구현력’을 꼽았다. 임 대표는 “드론쇼는 디스플레이·열 제어·비행 제어 기술이 결합된 종합 기술”이라며 “중국 업체는 대규모 군집 비행은 잘하지만 얼굴이나 화면처럼 섬세한 표현은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앞선 디스플레이 기술과 소프트웨어 역량을 결합하면 더 정교한 연출도 가능하다”며 “유비파이도 사진만 입력하면 드론 위치와 색깔을 자동으로 변환하는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했다”고 소개했다.

최진영 기자 real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