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공장 된 유럽…중국 전기차 대신 만든다
업종리포트
닛산, 英 공장서 체리 양산 계획
스텔란티스는 스페인 라인 가동
저가 공세에 밀려 판매 부진 지속
中 무관세 생산 위한 기지로 전락
닛산, 英 공장서 체리 양산 계획
스텔란티스는 스페인 라인 가동
저가 공세에 밀려 판매 부진 지속
中 무관세 생산 위한 기지로 전락
◇중국의존도 높아지는 유럽차
세계 5위 스텔란티스 역시 중국의 하청업체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스페인 사라고사 공장에서 중국 립모터의 전기 SUV B10을 생산할 예정이다. 중국 둥펑자동차와 제일자동차그룹(FAW) 산하에 있는 고급차 브랜드 ‘훙치’ 역시 스텔란티스에 위탁 생산을 맡길 예정이다. 독일 폭스바겐도 중국 샤오펑과 공장 인수 및 수탁 생산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런 변화는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유럽 내 완성차 회사와 관세 없이 유럽 시장을 공략하길 원하는 중국 기업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폭스바겐과 스텔란티스, 닛산 등은 판매 부진에 수년 동안 공장 폐쇄와 감산,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안을 잇달아 발표했다. 생산 능력은 남아도는데 이를 채울 자체 물량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반면 내수가 포화 상태인 중국 업체는 유럽 시장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상하이자동차(SAIC) 등 중국 업체는 유럽 수출 과정에서 최고 45.3%의 관세를 내야 하는데, 현지에서 생산하면 관세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주가 하락에도 신음
유럽 최대 자동차그룹인 폭스바겐 지주회사는 독일 우량 상장사로 구성된 닥스(DAX)지수에서 퇴출됐다. 2021년 9월 지수에 편입된 지 4년9개월여 만의 일이다. 최근 지속적으로 주가가 하락한 결과다. 한국과 일본·중국 등 아시아 국가 자동차 회사의 거센 추격에 유럽 업체가 입지를 잃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를 운영하는 도이체뵈르제는 오는 22일부터 시가총액 상위 40개 종목 지수인 DAX에서 폭스바겐그룹 지주회사 포르쉐 아우토모빌홀딩(포르쉐SE)을 제외하고 독일 1위 건설업체인 호흐티프를 편입하기로 했다. 포르쉐SE는 앞으로 중형주 50개 종목 지수인 MDAX에서 거래된다. 폭스바겐그룹 계열사인 포르쉐AG는 작년 9월 이미 DAX에서 밀려났다. 포르쉐SE 주가는 전기차 전환 기대가 컸던 2021년과 비교하면 3분의 1 토막 수준이다.
이 같은 변화는 유럽 주요 완성차 업체의 판매량이 감소한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올해 1분기 유럽 완성차 업체의 글로벌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일제히 줄었다. 볼보의 올해 1분기 자동차 판매량은 15만3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고, 메르세데스벤츠그룹은 49만9700대를 기록해 6%가량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폭스바겐그룹과 BMW그룹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 3.5% 감소했다.
특히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판매가 부진했다. 중국 비야디(BYD)와 지리그룹 등 중국 업체가 시장을 장악하면서다. 벤츠그룹의 올해 1분기 중국 판매량은 작년보다 27% 줄어든 11만1600대, 폭스바겐그룹은 14.8% 감소한 54만8700대였다. 여기에 지난해 4월 미국의 수입차 관세 부과가 시작되면서 유럽 자동차 업체가 ‘진퇴양난’에 빠진 모양새다. 폭스바겐그룹은 지난해 12월 창사 88년 만에 자사 독일 드레스덴 공장을 폐쇄하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다.
유럽 자동차 업체가 부진한 배경은 복합적이다. 중국의 저가 전기차 공세로 세계 시장에서 판매량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 안방인 유럽에서도 판매가 부진하다. 미국 시장에서는 하이브리드카를 앞세운 현대차그룹과 일본 도요타그룹 등에 밀리고 있다.
김우섭/정상원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