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넘어 가스선·플랜트까지…K조선, 고부가 선박 쓸어담는다
조선 빅3, 친환경 가스선 발주 80% 따내
해양플랜트 시장까지 완벽 부활
선별 수주로 값비싼 배 골라 담아
5월 글로벌 점유율 44%로 중국 바짝 추격
해양플랜트 시장까지 완벽 부활
선별 수주로 값비싼 배 골라 담아
5월 글로벌 점유율 44%로 중국 바짝 추격
◇K조선, VLGC 수주 ‘독주’
공시하지 않은 수주 건도 있다. 글로벌 에너지 트레이딩 업체 BGN 인터내셔널은 최근 HD현대중공업에 VLGC 2척을 추가 발주했다고 발표했다. HD현대 관계자는 “해당 건은 규모 등을 감안했을 때 필수 공시 사항이 아니라 공시하지 않았다”며 “계약을 체결한 시점은 지난달”이라고 설명했다. BGN 인터내셔널은 지난 4월에도 VLGC 4척을 건조하는 계약을 HD현대중공업과 체결했다.
VLGC는 액화석유가스(LPG) 등 가스를 영하 40도 안팎의 저온에서 액화해 운반하는 선박이다. 해상에서 LPG를 안전하게 운반할 수 있도록 압력과 온도를 유지하는 고가의 설비가 필요하다. VLGC도 LNG운반선과 마찬가지로 중동 전쟁 발발 이후 수요가 늘어난 선종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며 중동산 LPG 수출에 제동이 걸리자 미국산 LPG 수출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LPG를 싣고 장거리를 오가는 선박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늘어난 VLGC 발주는 국내 조선 빅3가 싹쓸이하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조선 빅3는 올 1~5월 전 세계 가스 운반선 발주의 80%를 따냈다. 전체 발주량 46척 중 한국 수주량이 37척이다. 중국은 8척, 일본은 1척에 그쳤다. 기업별로 보면 HD한국조선해양이 30척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삼성중공업 4척, 한화오션 3척 순이었다.
최근 글로벌 해운업계의 가장 큰 화두인 친환경 기조에도 맞다는 평가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까지 해운 분야의 탄소중립을 목표로 내걸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VLGC는 LPG뿐 아니라 친환경 연료인 암모니아 운송까지 가능하도록 발주할 수 있다”고 말했다.
◇5월 선박시장 韓 점유율 44%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전 세계 선박 수주량은 452만CGT(선박 건조 난도를 고려해 환산한 톤수)로, 전년 동기(237만CGT) 대비 90.7% 늘었다. 한국의 5월 수주량은 199만CGT로 전년 동기 대비 696% 증가했다.수주량 기준 1위 국가인 중국과의 격차는 크게 좁혔다. 지난달 수주량 기준 한국의 점유율은 44%로, 중국(47%)과의 격차가 3%포인트였다. 4월은 중국 점유율이 70%, 한국이 15%로 55%포인트 차이가 났다. 수주 선박 수는 중국이 97척으로 한국(34척)의 3배 수준이었다. 한국이 중국보다 고부가가치 선종 위주로 수주했다는 의미다.
지난달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도 185.01로 올 들어 가장 높았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3월부터 두 달 연속 상승세다.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선가는 3월 1억2950만달러에서 지난달 1억3050만달러로, 대형 컨테이너선은 2억6000만달러에서 2억6150만달러로 올랐다.
◇해양플랜트도 살아난다
삼성중공업은 이달 해양플랜트인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 2기 수주를 따냈다. 지난 2일 미국 루이지애나 델핀 프로젝트의 FLNG 1호기를 수주했고, 8일에는 아프리카 선주와 FLNG 1기를 건조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총 7조9837억원 규모다. FLNG는 바다 밑에서 천연가스를 뽑아 정제한 뒤 액화해 LNG운반선에 옮겨 싣는 복합 해양 설비다.삼성중공업은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발주된 FLNG 11기 중 7기를 수주한 글로벌 1위 강자다. 하반기에 추가 수주 소식이 들릴 가능성도 있다. 델핀 프로젝트의 FLNG 2호기와 캐나다 웨스턴의 키시 리심스 프로젝트용 FLNG 발주가 예정돼 있어서다. 두 수주에 모두 성공할 경우 삼성중공업의 FLNG 수주잔고는 4기에서 6기로 늘어난다. 조선 빅3 수주 실적도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12일 기준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의 수주 규모는 총 278억4000만달러(약 42조원)다. 지난해 상반기(163억7000만달러)의 1.7배 수준이다. 삼성중공업과 HD한국조선해양은 이미 연간 수주 목표의 60%를 넘겼다.
조선 빅3, 수주 호황…2분기 모두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 보인다
고부가 선박 위주로 일감 몰려…당분간 높은 수익성 유지할 듯
15일 AI 기반 투자정보 서비스 에픽AI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의 2분기 영업이익률은 12.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중공업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가 전년 동기(2048억원)보다 97.4% 늘어난 4042억원으로 집계되면서다. 매출 컨센서스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0.8% 증가한 3조2418억원이다.
삼성중공업의 1분기 영업이익률은 9.4%로, 조선 빅3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률이 한 자릿수였다. 성과급 등 비용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2분기부터는 실적이 개선될 전망이다. 배성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거제 2도크 재가동 및 중국·베트남 협력사와 건조를 분담하는 글로벌 오퍼레이션 효과가 2분기부터 본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형 조선사에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은 좀처럼 보기 어려운 수치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배 한 척을 짓는 데 철강 등 원자재와 노동력이 대거 투입되는 만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선 빅3는 LNG운반선과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암모니아·메탄올 추진선 등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고부가가치 선박을 인도하며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조선 3사의 수익성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빅3가 확보한 수주 실적이 고수익 선박 위주이기 때문이다. 12일 기준 HD한국조선해양은 올 들어 125척을 수주했다. 선종별로는 LNG운반선 16척, 액화석유가스(LPG)·암모니아·액화이산화탄소 운반선 38척, 컨테이너선 28척, 쇄빙선 1척 등이다.
한화오션은 LNG운반선 6척, VLCC 11척, 초대형 암모니아운반선(VLAC) 3척, 해상풍력전용설치선(WTIV) 1척 등 21척을 수주했다. 삼성중공업은 LNG운반선 16척(LNG-FSRU 1척 포함)과 에탄운반선(VLEC) 2척, 초대형 가스운반선(VLGC) 4척, FLNG 2기 등을 수주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