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중심이던 국내 조선사의 수주 호황이 초대형 가스운반선(VLGC)과 암모니아운반선(VLAC), 해양 플랜트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이달에만 VLGC 10척 수주를 따냈고, 삼성중공업은 해양 플랜트인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 2기를 수주했다.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로 국내 조선사들은 지난달 수주 점유율에서 1위 중국과의 격차를 대폭 좁혔다.
◇K조선, 가스운반선 80% 수주
9일 영국 조선·해운 시황 전문기관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전 세계 가스 운반선(VLGC·VLAC) 발주의 80%를 수주했다. 전체 발주량 46척 중 한국 수주량이 37척이다. 조선업 세계 1위인 중국(8척)을 크게 따돌렸다.
VLGC는 액화석유가스(LPG)를 저온에서 액화해 운송하는 만큼 압력과 온도를 유지하는 고가의 설비가 필요하다. 호르무즈해협 봉쇄 후 중동산 LPG의 대체재가 된 미국산 LPG 수출이 늘었고, LPG를 싣고 장거리를 오가는 선박이 많아지며 발주가 증가했다.
국내 조선사들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VLGC 수주를 늘리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이달에만 VLGC 10척을 1조7768억원 규모에 수주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VLGC는 LPG뿐 아니라 친환경 연료인 암모니아 운송까지 가능하도록 발주할 수 있어 친환경 선박 기조에도 맞다”며 “LNG운반선을 이미 많이 수주한 국내 조선사가 최근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서는 추세”라고 말했다.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전 세계 선박 수주량은 452만CGT(선박 건조 난도를 고려해 환산한 톤수)로 한국이 199만CGT, 중국은 211만CGT를 차지했다. 점유율은 각각 44%, 47%로 격차가 3%포인트에 그친다. 지난 4월 중국 점유율이 70%, 한국이 15%인 것을 고려하면 크게 좁혀졌다.
◇삼성중, FLNG 추가 수주하나
선박을 넘어 해양플랜트 시장 주도권도 쥔 분위기다. 삼성중공업은 이달 FLNG 2기 수주를 따냈다. 총 7조9837억원 규모다. FLNG는 해상에서 천연가스를 뽑아 정제한 뒤 액화해 저장 및 하역하는 설비로 기술력이 중요하다. 삼성중공업은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발주된 11기 중 7기를 수주한 FLNG 강자다.
삼성중공업은 하반기에 미국 루이지애나주 델핀 프로젝트의 FLNG 2호기와 캐나다 웨스턴의 키시 리심스 프로젝트용 FLNG 수주에 도전한다. 현재 삼성중공업의 FLNG 수주 잔량은 4기로, 수주에 모두 성공하면 6기로 늘어난다.
잇단 대형 수주에 조선 빅3의 실적도 수직으로 상승하고 있다. 이날 기준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의 수주 규모는 총 278억4000만달러(약 42조원)다. 163억7000만달러를 기록한 지난해 상반기의 1.7배다. 삼성중공업은 연간 수주 목표의 69%를, HD한국조선해양은 연간 목표치의 61.8%를 채웠다.
FLNG 수주 호황이 한국이 경쟁력을 보유한 LNG운반선 호황으로 다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FLNG에서 생산한 LNG를 각국으로 운송할 배가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