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배터리산업은 지난 2년간 지속된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혹한기’를 벗어나고 있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앞세운 중국이 세계 시장의 80%를 선점한 가운데 국내 기업은 자율주행자동차와 로봇 대중화를 겨냥한 차세대 배터리 기술로 시장 주도권을 다시 가져올 계획이다.

14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1위는 중국 CATL로, 시장 점유율이 40.7%에 달한다. 2위 BYD의 점유율도 13.7%로 집계됐다. CALB, 고션, EVE 등을 포함한 중국 업체 점유율은 80%에 이른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3사의 점유율 합계는 20% 미만으로 하락했다. 테슬라와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가 전기차 가격을 낮추기 위해 중국의 저가 LFP 배터리를 채택한 결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자율주행차와 휴머노이드 로봇이 대중화하면 배터리산업의 무게중심이 다시 삼원계로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LFP 배터리와 비교해 무게가 상대적으로 가볍고 수명이 길기 때문이다. 배터리 소재·장비업계는 “이미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 전기차는 2~3년간 생산량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상당수 휴머노이드 로봇 업체도 내년부터 생산을 시작한다.

혁신 기술도 속도를 내고 있다. 원통형 배터리 지름을 21㎜에서 46㎜로 키운 차세대 배터리가 대표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3사가 개발 중이다. 원통형 배터리의 크기가 커지면서 에너지 효율과 출력이 올라가고 수명이 늘어났다.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바꿔 효율을 높이고 안정성을 강화하는 전고체 기술도 최근 들어 속도를 내고 있다. 휴머노이드, 드론, 선박 등 전력 효율이 필요한 제품에 다양하게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선 이수스페셜티케미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등이 주목받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 용량을 큰 폭으로 늘려주는 실리콘 음극재 기술도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실리콘 음극재 비중을 단계적으로 높여가는 대주전자재료가 선두권으로 평가받는다. 중국 업체들이 주도하는 LFP 배터리보다 한국 기업이 주축이 된 삼원계 하이니켈 배터리의 성능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이다.

안시욱/성상훈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