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더미 날리고 괴성…에크만이 뒤튼 '한여름 밤의 꿈'
獨도르트문트 발레단 내한 초연
북유럽 축제 속 원시적 광기
객석 응시하며 무대 방어벽 허물어
북유럽 축제 속 원시적 광기
객석 응시하며 무대 방어벽 허물어
11일부터 14일까지 서울 LG아트센터에서 독일 도르트문트 발레단이 선보인 국내 초연 무대다. 일부 공연은 LG전자의 VVIP 초청 연례 문화 행사인 ‘더 시그니처 갈라(The Signature Gala)’를 통해 단독 대관 형태로 소개됐다.
암전이 걷히면 무대 전체를 뒤덮은 황금빛 건초더미가 사방으로 흩날린다. 짚더미를 손에 쥔 무용수들이 마른 풀 내음으로 관객의 감각을 깨운다. 무용수들은 괴성을 지르고 서로 대화를 나누는 등 무용극의 편견을 깬 연기를 펼친다. 무용수 시절 “왜 무용수들은 소리를 내면 안 되냐”고 반문했던 에크만다운 연출이다.
도르트문트 발레단은 클래식 발레의 엄격한 신체 통제력을 뼈대로, 일사불란하게 무대를 부수며 묘한 시각적 쾌감을 안긴다.
1막의 미학적 정점은 안무가가 계산한 시선의 역전에 있다. 축제의 에너지가 극에 달한 순간, 30여 명의 무용수가 무대 앞 열에 나란히 서서 객석을 집요하게 응시한다. 이 침묵의 시퀀스는 관찰의 주체와 객체를 뒤바꾸는 장치다. 무대 위 광란을 관조하던 객석의 안전한 방어벽은 무너진다.
인과관계가 깨진 서사, 일상을 비트는 미장센은 영화감독 데이비드 린치의 문법을 무대 위로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 보였다. 에크만은 완벽한 축제의 절정 끝에 찾아오는 환각을 스웨덴 특유의 뻔뻔하고 위트 있는 블랙코미디로 풀어낸다.
에크만의 안무가 단순하고 반복적이며, 압도적인 무대 스케일과 오브제의 물량 공세가 무용수들의 순수 기량을 가린다는 평단의 지적은 이번에도 유효하다. 그러나 이 작품의 진짜 목적은 정교한 무용 테크닉의 과시가 아닌, 관객의 뇌를 마비시키는 직관적인 감각 자극과 대담한 ‘체험’ 자체다. 공연은 19~20일 화성 예술의전당으로 이어진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