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K드라마 대박 비결은…'역대급' 4조원 움직인다 [김소연의 엔터비즈]
참교육'·'취사병'·'강회장'…K드라마 먹여 살리는 K스토리
'취사병 전설이 되다'는 제이로빈 작가의 동명 웹소설을 웹툰으로 옮긴 작품을 다시 드라마화한 것이다. 이등병 강성재가 군 취사병으로 배치돼 요리로 전설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밀리터리 쿡방 판타지물로, 박지훈이 주인공을 맡았다. 첫 방송부터 10대에서 60대까지 전 연령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세웠고, 티빙에서는 최근 3년간 공개된 드라마 중 공개 일주일 차 기준 최고 구독 기여 성과를 달성했다. 제이로빈 작가도 자신의 SNS에 "실험작이었던 '취사병'이 흥행돼 개인적으로 감회가 새롭다"며 "많은 분이 '취사병'을 봐주고 계셔서 행복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참교육'은 네이버 월요웹툰 1위를 장기 수성했던 채용택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무너진 교권을 바로잡기 위해 창설된 가상의 국가기관 '교권보호국' 감독관이 학교폭력을 응징하는 이야기로, 배우 김무열과 이성민이 주연을 맡았다. '소년심판'의 홍종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원작 웹툰이 지닌 인종차별, 성차별적 표현 등 논란의 소지가 있는 요소들을 걷어내고 현실적인 각색을 가했다는 평을 받으며, 공개 첫 주 글로벌 톱10에 진입했다.
'신입사원 강회장'은 '재벌집 막내아들'의 원작 소설로 이름을 알린 산경 작가의 동명 웹소설이 원작이다. 굴지의 대기업 최성그룹 회장 강용호가 사고로 20대 축구선수 황준현의 몸에 영혼이 깃들면서 인턴사원으로 자신이 일군 회사에 입사, 자신을 배신한 가족에게 복수하는 판타지 오피스 코미디다. 손현주, 이준영, 전혜진, 진구가 출연하고 '펜트하우스'의 김순옥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해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JTBC가 산경 작가의 소설을 드라마화한 건 2022년 '재벌집 막내아들'에 이어 두 번째다.
"검증된 이야기에 팬덤까지"…원작 IP 선호는 필연
제작사들이 웹소설·웹툰 원작을 선호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위험을 줄이고 확률을 높이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오리지널 대본의 경우, 처음에는 재밌다가 후반부에 뒷심이 부족해 아쉬운 경우들이 있는데, 원작이 있는 작품의 경우 흐름을 알고 갈 수 있다"며 "기본적으로 팬덤이 형성돼 있어 기획을 하는 제작사는 물론 배우, 매니지먼트까지 선호한다"고 귀띔했다.웹소설·웹툰 원작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소재와 검증된 이야기다. 시장은 몇 년 사이 눈에 띄게 커졌다. 웹소설, 웹툰을 찾는 독자들이 늘면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 작품들이 늘어났고, 다소 낯선 소재라도 대중성을 미리 검증받을 수 있게 됐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지난해 4월 발표한 '2024년 웹소설 산업 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웹소설 시장 규모는 약 1조3500억원으로, 2022년 1조390억원 대비 3110억원 늘었다. 업계 추산 지난해 시장 규모는 2조원 정도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5 웹툰산업 실태조사'에서는 2024년 웹툰산업 규모가 2조2856억원으로 전년 대비 4.4%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웹소설과 웹툰을 합산하면 4조원이 넘는 시장이다.
원작 확보 전쟁…"이미 팔렸다"
원작 IP를 향한 제작사들의 경쟁은 이미 뜨겁다. 연재를 시작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작품이라도 유명 작가의 신작이거나, 일간·주간 베스트 순위에 오르기 시작하면 제작사들이 계약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인다. "이미 판매됐다"거나 "다른 제작사와 영상 제작을 논의 중이다"라는 답이 돌아오는 일이 다반사다. 좋은 원작은 공개 초기에 이미 줄이 서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그런데 역설적으로, 시장이 커지면서 원작 가격은 오히려 전반적으로 내려가는 추세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유명 작가나 유명 작품의 메가 IP 이외의 작품의 경우, 업계가 힘들어지면서 가격도 하락했다"며 "계약금을 일부 주고, 편성이 되면 나머지 금액을 납부하는 형식의 계약이 주를 이룬다"고 전했다. 대형 IP와 그 외 작품 사이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계약에서 공개까지 수 년…긴 기다림의 경제
원작 계약을 했다고 해서 바로 드라마가 나오는 건 아니다. 계약 이후 기획·개발·캐스팅·제작·후반 작업까지 수 년이 걸리는 경우가 허다하고, 그 사이 편성이 무산되거나 프로젝트가 표류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원작 계약금은 선지급했는데, 완성된 콘텐츠가 나와 비용을 회수하기까지의 기간 부담이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메가 IP '나 혼자만 레벨업'의 사례만 보더라도, 지난해 7월 배우 변우석의 출연이 알려졌지만 올해 3월에야 테스트 촬영이 시작됐고, 최근에야 본 촬영에 들어갔다. 공개 시점은 내년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누적 조회수 143억 뷰를 기록하고, 웹툰과 애니메이션, 아이스 쇼 뮤지컬까지 원소스멀티유즈(OSMU)를 보여준 이 IP는 수 년 전부터 영상화 작업이 논의됐음에도 이제야 영상화 공개 시점이 나온 것이다.
현재 웹소설 원작 작품의 드라마 각본을 맡은 한 작가는 "최소 3년은 생각하고 시작한 프로젝트"라며 "1년 전 원작을 전달 받아 대본을 쓰기 시작했고, 지금 캐스팅을 진행 중이다. 일단 내년에 촬영이라도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K스토리, 건강하게 키우려면
한국디지털콘텐츠창작자협회(이하 한콘창)와 뉴토끼·북토끼 불법유통 피해 작가 134인은 지난 11일 불법 콘텐츠 유통 사이트 '마나모아' 운영자의 국내 송환에 맞춰 경찰청에 형사고소장을 접수하고, 경찰청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뉴토끼 운영자에 대한 신속하고 강도 높은 수사와 함께, 뉴토끼·북토끼와 마나모아의 관계성, 공범 및 조력자, 광고 수익 흐름, 불법 도박 사이트 유입 구조, 범죄수익 은닉 가능성까지 철저히 밝혀야 한다는 입장을 경찰청에 전달했다.
뉴토끼, 북토끼는 수많은 웹툰과 웹소설을 무단으로 복제·유통하며 창작자의 생계와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의 기반을 무너뜨린 국내 최대 규모의 불법 콘텐츠 유통망으로 꼽힌다.
웹툰불법유통대응협의체(이하 웹대협) 소속 7개사(카카오엔터테인먼트, 네이버웹툰, 리디, 키다리스튜디오, 레진엔터테인먼트, 탑코미디어, 투믹스) 역시 12일 "불법 복제 만화 유통 사이트 운영 사범이 국내 송환되었다는 소식에 환영의 뜻을 표한다"며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불법 유통은 단순 작품 열람 손실을 넘어 창작자의 수익 감소, 정식 소비 위축, 2차 확산과 글로벌 사업 기회 손실까지 포함돼 그 규모를 계량하기 어려울 정도로 창작 생태계 전반에 장기적인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며 "건강한 창작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공동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창작자의 권리가 정당하게 보호받는 산업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