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텔 본거지서 열리는 월드컵…위기 드러난 멕시코
보안인력·첨단 장비 투입했지만
카르텔 폭력과 실종자 문제가 대회 변수로 부상
카르텔 폭력과 실종자 문제가 대회 변수로 부상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멕시코 과달라하라 외곽의 아크론 스타디움에서 네 차례 월드컵 경기가 열릴 예정이다. 그러나 경기장에서 몇 마일 떨어진 고급 주거지 사포판에서는 지난 1년 동안 계곡과 무연고 묘지에서 사람의 유해가 담긴 가방 89개가 발견됐다.
멕시코 당국은 지난 2월 과달라하라와 할리스코주를 마비시킨 카르텔 폭력 사태 이후 대규모 보안망을 구축하고 있다. 과달라하라는 멕시코에서 가장 크고 폭력적인 범죄조직 중 하나인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의 근거지인 할리스코주에 있다. 아크론 스타디움 주변에는 넓은 통제선과 철제 울타리가 설치됐고, 저격수를 태운 블랙호크 헬기가 상공을 순찰할 예정이다. 지상에서는 테슬라 사이버트럭이 드론 방어망을 지원한다.
멕시코 전역의 개최지에는 약 10만 명의 보안 인력이 배치된다. 멕시코시티와 몬테레이도 대상이다. 할리스코주는 오토바이, 폭발물 해체용 로봇개, 사이버트럭, 감시 드론, 드론 전파 방해 장비, 장갑차, 기관총, 폭발물 처리 전문 인력 등 첨단 장비 확보에 약 1100만 달러를 썼다. 후안 파블로 에르난데스 할리스코주 치안 책임자는 "관광객을 포함한 주민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강경한 소탕 작전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압도적이고 눈에 보이는 무력 과시로 평화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보안 전문가들은 카르텔이 대회 기간 전술적 휴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월드컵을 직접 공격하거나 방해할 경우 멕시코 연방정부의 전례 없는 단속과 미국의 정보·수사 지원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범죄조직은 몰려드는 축구 팬을 상대로 마약, 성매매, 무허가 운송 등 불법 서비스를 팔아 수익을 극대화하려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세계무역기구와 국제축구연맹 공동 연구는 팬 1인당 하루 지출액이 400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관광 수요는 아직 꺾이지 않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멕시코 경기 관람객에게 소매치기와 사기, 도로변 택시 이용을 주의하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과달라하라는 밴쿠버와 함께 이번 대회 개최 도시 가운데 호텔 점유율이 가장 높은 곳으로 꼽힌다. 멕시코는 테킬라와 마리아치 음악 등 할리스코주의 문화적 매력을 앞세운 세계적 관광지로 남아 있다.
반면 실종자 가족과 활동가들은 월드컵이 치안 현실을 가리는 행사가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멕시코 전역의 실종자는 13만 명을 넘고, 상당수는 카르텔에 납치되거나 살해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사건에는 법 집행 당국의 협조도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활동가들은 경기장과 월드컵 관련 시설 주변에 실종자 사진이 담긴 포스터를 붙이고, 멕시코시티 에스타디오 아스테카 개막전 접근을 방해할 수 있는 시위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시위 변수도 커지고 있다. 지난 2주 동안 전국 교원노조의 강경 분파는 주요 교통로를 막고 월드컵 선수 조형물을 넘어뜨렸다. 광고판에는 반정부 낙서를 남겼다. 다른 극좌 정치조직들도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안정된 이미지를 강조하면서 시위 진압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멕시코시티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11일 연방 공무원에게 재택근무를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