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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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덜 마시고, 대면 소통을 기피하고, 대학 학위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세대. 최근 쏟아지는 각종 조사와 보고서가 그리는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의 모습이다.

기업들은 앞다퉈 ‘Z세대 공략법’을 찾고, 조직 운영 전략 역시 이들을 중심으로 설계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사회과학자들은 수년 전부터 Z세대나 MZ세대 같은 구분이 고정관념에 불과하다고 비판해왔다. 직장은 서로 다른 연령대가 함께 만나는 공간인 만큼 특정 세대만을 위한 조직 전략은 세대 간 거리감을 더 키울 뿐이라는 조언이 나온다.

"세대 구분은 허상"

13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사회학자 필립 코언은 2021년 퓨리서치센터에 공개서한을 보내 세대 구분이 “유사 과학을 조장하고 대중의 이해를 왜곡하며 사회과학 연구를 저해한다”고 비판했다. 해당 서한에는 다수 연구자가 동참했다.

당시 코언이 퓨리서치센터를 지목한 데는 이유가 있다. 이 센터는 ‘베이비부머‘부터 ‘X세대’, ‘밀레니얼 세대’, ‘Z세대’ 등 현재 널리 사용되는 세대 구분을 대중화한 기관으로 꼽힌다. 하지만 코언은 이런 구분에 명확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임의적 기준으로 설정한 고정관념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호주의 경제학자 존 퀴긴은 베이비부머 세대를 비판하는 담론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호텔에서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60대 흑인 여성 노동자를 같은 집단으로 묶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같은 세대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전혀 다른 삶의 조건과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을 하나로 취급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뜻이다.

영국의 사회조사 전문가 바비 더피도 ‘세대들’이란 책에서 비슷한 주장을 내놨다. 이 책에서 그는 일부 세대 간 차이는 존재하지만, 대중이 믿는 상당수의 세대 차이는 현실과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기후변화다. 흔히 기후 위기 문제는 젊은 세대의 관심사로 여겨진다. 그러나 실제 조사에서 고령층 역시 기후변화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 같은 비판이 이어지면서 퓨리서치센터는 2023년 세대라는 기준을 이전보다 신중하게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사회 현상을 설명하는 데 실질적인 의미가 있는 때만 세대 구분을 활용하겠다고 했다.

조직 내 세대 강조할수록 거리감만 조성

그러나 FT는 기업과 미디어가 여전히 세대론에 강하게 의존하고 있다고 짚었다. 젊은 세대는 기업에 잠재 고객일 뿐만 아니라 조직의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이들을 이해하고 활용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더피는 “많은 기업이 ‘Z세대 직장 전략’을 고민하며 전문가를 찾는다”며 “하지만 이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다만 사회과학자들이 비판하는 대상은 연령 차이 자체가 아니다. 사회 초년생과 중견 직원, 20대와 50대가 서로 다른 경험과 관심사를 갖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더피 또한 Z세대가 이전 세대보다 더 큰 경제적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정신건강 문제도 늘고 있다. 무엇보다 노동시장 진입과 사회 경험 시기도 늦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런 차이를 Z세대, X세대 같은 이름으로 묶고 해당 집단에 공통된 성격이 있다고 가정하는 데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더피는 Z세대가 처한 어려움을 기성세대 대다수도 비슷하게 겪고 있다고 봤다. 높은 주거비와 생활비 부담, 고용 불안은 특정 세대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Z세대에 대한 통념이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조사도 적지 않다. 딜로이트는 6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통해 Z세대를 하나의 틀에 넣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성별과 가정환경, 학습 방식, 가치관, 인종 등의 면에서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직장 역시 특정 세대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와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공간이라고 강조한다. 조직 운영의 초점을 Z세대 관리법에 맞추기보다 멘토링과 네트워킹 등을 통해 구성원 간 경험과 역량을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둬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딜로이트가 지난해 44개국 2만3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사회초년생들은 직장 선택의 주요 기준으로 학습·성장 기회와 멘토링을 꼽았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