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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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최소 인쇄 기준을 낮추는 과정에서 별도 회의 없이 내부 결재만으로 지침을 확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벌어진 뒤 선관위의 사전 관리와 예산 집행 체계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10일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실이 중앙선관위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앙선관위는 지난해 12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종합관리지침'을 각 시·도선관위에 내려보내며 투표용지 인쇄 매수 하한 기준을 기존 예상 선거인 수의 60%에서 50%로 낮췄다.

같은 달 24일에는 '공직선거 절차사무편람'도 개정해 해당 기준을 반영했다. 중앙선관위는 기준 변경 절차에 대해 "종합관리지침은 각 부서 의견을 취합한 뒤 내부 결재를 거쳐 시·도위원회 등에 하달했다"고 설명했다.

편람 개정 과정과 관련해서는 "각급 선관위의 의견 수렴을 거쳤다"면서도 "별도 회의는 개최하지 않아 회의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개정된 편람에는 "인쇄 매수는 예상 사전투표율 등 지역 실정을 감안해 투표구별로 조정할 수 있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하지만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서울 송파구의 경우 2014년과 2018년 지방선거에서 전체 선거인의 본투표율이 50%를 넘었는데도 이번 선거에서는 편람상 하한선인 50%가 적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투표용지 인쇄 예산 관리도 논란이 됐다. 중앙선관위는 국가선거와 달리 지방선거는 시·도 및 구·시·군선관위가 지방자치단체 예산을 편성받아 직접 집행하는 구조라며 지방선거 투표용지 인쇄 예산의 편성·집행 내역을 즉시 파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중앙선관위가 우선 제출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예산 자료를 보면 투표용지 인쇄 예산은 실제 선거인 수 기준으로 산정되지 않았다. 전국 17개 시·도선관위에 각 500만원씩 총 8500만원이 일괄 편성됐고 해당 예산은 재·보궐선거 실시 지역이 확정되기 전에 배정됐다.

또 예비비 배정이 지연됐다는 이유로 투표용지 인쇄비를 별도 항목으로 관리하지 않고 총 13억747만원 규모의 운영비에 포함해 각 시·도선관위에 재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운영비에는 투표용지 인쇄비와 투표 소모품 구입비, 공공요금, 임차료 등 선거관리 비용이 함께 포함됐다. 중앙선관위는 각 재·보궐선거 지역의 실제 투표용지 인쇄 예산 편성 및 집행 내역, 실제 투표용지 인쇄량은 제출하지 못했다.

송 의원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선관위의 잘못된 정책 결정과 총체적 관리 부실이 빚은 예고된 인재"라며 "국민의 소중한 참정권 행사에 차질을 초래한 이번 사태의 진상을 국정조사와 특검을 통해 철저히 규명하고, 관련 책임자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