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수지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사진=이수지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방송인 이수지가 유치원 교사에 이어 간호사로 변신해 고단한 현실을 대변하면서 간호사들의 고질적인 인권침해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9일 이수지의 유튜브 채널에는 '간호사 박소현 씨의 피땀눈물'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재됐다. 이수지는 그나파병원 3년차 간호사 박소현으로 분해 '진상 환자'들에게 시달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앞서 유치원 교사 패러디로 화제가 된 '휴먼다큐 진짜 극한직업' 시리즈의 새로운 캐릭터 등장이다.

박소현은 "진료 시작 전인데 환자가 많다"는 촬영 PD의 질문에 "날씨가 더워져서 에어컨 가동이 많아지니까 감기 걸려서 오시는 분들이 계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봄·가을에는 환절기여서 온도차가 있다 보니까, 겨울에는 온도가 낮으니까 면역력이 떨어져서 오시는 분들이 계신다"면서 1년 사계절 내내 바쁘다고 애둘러 전했다.
/사진=이수지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사진=이수지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인터뷰 중에도 진상 환자들의 무례한 요청은 이어졌다. "간호사야, 내가 아까부터 왔는데 내 차례는 언제오냐"는 반말에, 접수를 위해 "주민번호를 적어달라"는 요청을 무시하고 생년월일을 입으로 내뱉는 할아버지가 시작이었다.

내과에서 "녹내장을 고쳐달라"는 할머니도 있었다. 이 여성은 박소현이 "여긴 내과이니 인근 안과를 가라"고 안내했음에도 "병원에서 이거 하나 못고치냐"며 "순 돌팔이"라는 막말을 이어갔다.

여기에 병원을 뛰어다니는 아이들, 큰 소리로 통화하는 환자들, 단순한 방향 안내도 "시끄럽다"며 "명령하지 말라"는 환자도 있었다. 또 다른 환자는 "나는 아파 죽겠는데 선생님은 살겠나 봐. 싱글싱글 웃어"라고 시비를 걸기도 했다.

해당 영상은 공개 14시간 만에 조회수 100만 회를 넘겼다. 댓글에는 "실제 간호사"라며 그들이 겪은 충격적인 '실화' 고백이 이어졌다. 이와 함께 "간호사들의 현실을 조명해줘 고맙다", "덕분에 공론화가 되는 거 같다"는 댓글도 쏟아졌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대한간호협회가 공개한 '간호사 인권침해 실태조사'에서 응답자 중 50.8%는 "최근 1년 내 인권침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해당 조사는 전국 의료기관 간호사 78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가장 흔한 인권침해 유형은 폭언(81.0%)이었고, 직장 내 괴롭힘·갑질(69.3%)이 뒤를 이었다.

인권침해 피해 이후에도 적극적인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다. 인권침해를 경험한 간호사 중 71.8%가 '무대응'을 선택했으며, 그 이유로는 '신고해도 변화가 없을 것 같아서'가 67.2%로 가장 많았다. 이 때문에 공식 절차를 통한 신고는 15.0%에 불과했고, 신고 이후에 '기관 내 변화가 없었다'는 응답이 69.0%를 차지했다.

당시 간호협회는 간호 인력 확충과 함께 "가해자 처벌 기준 강화, 조직문화 개선을 포함한 종합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2019년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발생한 환자들의 갑질 사례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블랙컨슈머 환자의 갑질행위'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게시물에서 자신을 해당 병원 간호사라고 밝힌 작성자는 "보호자 A씨가 7개월간 치료에 사사건건 간섭하고 명령을 한다"며 "간호사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 녹음하고 동영상을 촬영한다"고 호소했다.

이와 함께 A씨의 갑질 때문에 불안, 우울, 수면장애를 호소하며 정신과 약을 복용하는 간호사가 6명이며, 7개월간 A씨가 신고한 악성 민원은 100여 건에 달한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의료법상 진료 거부, 강제 퇴원 조치도 쉽지 않아 병원 측이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