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산업계 최대 화두로 떠오른 기업의 ‘영업이익 n% 성과급’에 대해 주주총회 결의를 거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노사가 연간 영업이익의 약 10%에 해당하는 조(兆) 단위 성과급 지급에 합의한 뒤 산업계 전반으로 비슷한 요구가 확산하자 과도한 주주 이익 침해를 막기 위해 최소한의 방어벽을 세우겠다는 취지다.

9일 정부와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이 같은 방안을 두고 산업계, 학계와 의견 수렴 및 법리 검토 절차에 들어갔다. 이번 논의는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주도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 조항의 구속력을 높이기 위해 자본시장법이나 상법, 노동조합법 등에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가 법제화 절차에 나선 것은 자동차, 조선, 정보기술(IT) 등 업종에서 빗발치는 노조의 영업이익 n% 배분 요구와 관련해 사측과 주주를 위한 최소한의 법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기아와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임금·단체협약 교섭에서 지난해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카카오 노조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의 13~15% 수준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며 10일 부분파업을 예고하는 등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방식이 주주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회사 주인인 주주의 승인 없이 노사 합의만으로 사전 할당하는 것은 상법상 위법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영업이익이 지난해 245조원에서 올해 800조~900조원대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n% 성과급이 뉴노멀이 되면 기업 경영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전날 이재명 대통령도 취임 1년 기자회견에서 기업 초과이윤 배분 논쟁과 관련해 “한국에서 영업이익 일부를 떼서 (배분)하라는 사회적 압력이 있다면 해외 유력 기업이 투자하는 게 망설여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선아/김형규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