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치명적 자만' 삼전·닉스 레버리지
증시 고점 논란 커지는데
삼전·닉스 2배 상품에 8조
근거 없는 자신감 아닌지
주가 출렁이기만해도
원금이 녹아내린다
'음의 복리효과' 기억해야
주용석 한경글로벌뉴스네트워크 대표
삼전·닉스 2배 상품에 8조
근거 없는 자신감 아닌지
주가 출렁이기만해도
원금이 녹아내린다
'음의 복리효과' 기억해야
주용석 한경글로벌뉴스네트워크 대표
반대 사례도 있다. ‘경제 대통령’으로 불린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닷컴 버블 때 주식시장의 ‘비이성적 과열’을 경고했지만 나스닥지수가 정점을 찍고 주저앉은 건 그로부터 3년도 더 지나서였다.
누구도 주가 움직임을 맞추기는 어렵다. 뉴턴은 남해(South Sea) 주식에 투자했다가 막대한 손실을 보고 “나는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지만 인간의 광기는 도저히 계산할 수 없다”고 탄식했다. 주가는 과거 움직임이나 추세와는 아무 상관 없이 무작위로 움직인다는 ‘랜덤 워크’ 이론까지 있을 정도다.
그래도 주식시장의 역사를 보면 좋은 기업을 골라 장기 투자하면 돈을 벌 확률이 높다. 대공황과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같은 험난한 시기를 거치면서도 꾸준히 우상향한 미국 증시가 대표적이다.
요즘은 한국 증시도 체급이 올라갔다. 반도체, 로봇, 원전, 방산 등 핵심 산업의 병목을 틀어쥔 기업이 늘고 지배구조가 개선되면서 코스피지수가 전인미답의 고지에 올랐다.
문제는 과도한 탐욕이다. 그중 하나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 종목 레버리지다. 반도체 주가가 오를 땐 좋다. 코스피 대장주 상승률의 두 배를 벌 수 있으니까. 하지만 주가가 떨어질 땐 두 배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역대급 이익을 내고 있다. 몇 년 치 주문도 이미 받아놨다. 올해보다 내년이, 내년보다 내후년 이익이 더 난다고 한다. 증권사는 앞다퉈 목표주가를 올린다. 레버리지에 투자하면 두 배 속도로 돈을 벌 것 같지만 현실은 다르다.
삼성전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엔비디아 납품이 언제 될지 몰라 전전긍긍했고, 하이닉스가 7조원대 적자를 내고 비상 경영에 돌입한 게 불과 3년 전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금과 같은 메모리 호황을 예상한 이는 드물다. 뒤집어 보면, 지금의 반도체 호황이 언제 꺼질지 누가 알 수 있겠나.
증시 역사에서도 당대의 스타주가 날개 없이 추락한 사례가 수두룩하다. 앤드루 로스 소킨이 <1929>에서 “역사상 미국 대중의 상상력을 사로잡은 단 하나의 회사 혹은 주식”으로 꼽은 RCA(Radio Corporation of America)도 그랬다. 당시 라디오는 지금의 AI에 비견할 만한 혁신의 상징이었다. 미 전역에 라디오가 보급됐고 라디오 방송국이 우후죽순 생겼다. RCA는 라디오 제조는 물론 관련 특허를 독점하다시피 했다.
그 덕분에 주가는 1921년 1.5달러에서 1929년 114달러대까지 뛰었다. ‘빚투’도 늘었다. 하지만 대공황과 함께 주가가 고꾸라지며 1932년 3달러 밑으로까지 떨어졌고 1960년대까지 이전 고점을 넘지 못했다. 닷컴 버블 땐 시스코가 인터넷 열풍을 타고 시가총액 1위에 올랐지만 잠시뿐이었다.
‘반도체는 다르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이틀 전 블랙 먼데이 때 삼성전자 레버리지는 20%, 하이닉스 레버리지는 15% 안팎 폭락했다. 게다가 주가가 계속 떨어지지 않고 출렁이기만 해도 ‘음의 복리 효과’에 따라 원금이 녹아내리는 게 레버리지 투자다. 단일 종목 레버리지는 분산 투자 효과도 없다. 그만큼 위험이 크다. 그런데도 삼전·닉스 레버리지에 판매 2주도 안 돼 약 8조원의 개인 자금이 몰렸다. 최근 한 달간 개미 투자자의 순매수 상위 종목 상당수는 삼전·닉스 레버리지였다. ‘나는 다를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 아니면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다. 치명적 자만이라고 할까.
금융당국이 왜 이런 상품을 허용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처음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검토됐을 땐 환율 방어 목적이 컸다. 서학 개미를 국내 증시로 유턴시키기 위한 수단으로다. 하지만 환율도 못 잡고 위험만 키운 꼴이 됐다. 그것도 증시 고점 논란이 한창일 때.
헤밍웨이 소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당신은 어쩌다 파산했습니까?” “서서히, 그러다 갑자기”. 레버리지 투자의 위험을 이보다 더 잘 경고하는 말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