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션 전문 온라인몰 '더현대 하이' 메인 화면 이미지./사진=현대백화점 제공
큐레이션 전문 온라인몰 '더현대 하이' 메인 화면 이미지./사진=현대백화점 제공
쇼핑하러 애플리케이션(앱)을 켜면 검색창이나 인기 상품 순위 대신 식품관, 패션관 등 고객의 라이프스타일별로 구분한 메뉴가 화면을 먼저 채운다. 별다른 검색어를 입력하지 않아도 추천 브랜드와 단독 상품 등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이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수십 개의 상품을 둘러보게 된다. 현대백화점이 지난 4월 출시한 큐레이션 전문 온라인몰 '더현대 하이(Hi)'의 이용 모습이다.

쿠팡 등 기존 이커머스 업체들이 빠른 배송과 편의성을 앞세워 세를 확장하는 가운데 프리미엄과 취향 기반 큐레이션을 경쟁력으로 내세워 온라인 시장 공략에 나선 게 눈에 띈다. 백화점 특유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고객이 상품을 탐색하고 발견하는 경험을 제공해 '차별화'한다는 전략이다.
사진=더현대 하이 캡처
사진=더현대 하이 캡처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지난 4월 큐레이션 전문 온라인몰 더현대 하이를 선보이며 온라인 쇼핑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플랫폼은 기존 현대백화점이 운영하던 온라인몰 더현대닷컴과 현대식품관 투홈을 통합해 만든 서비스다.

출시 초기부터 이용자 유입이 빠르게 늘고 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더현대 하이의 신규 회원 수는 4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4월6일 정식 출범 이후 약 한 달 만에 회원 수 23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신규 고객 중 실제 상품 결제로 이어진 비중은 약 30%로, 기존 더현대닷컴 대비 2배가량 높은 수준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더현대 하이의 초기 흥행 요인으로 백화점의 프리미엄 전략과 큐레이션 역량을 온라인에 그대로 접목한 점을 꼽는다. 기존 이커머스 플랫폼이 빠른 배송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웠다면 해당 플랫폼은 프리미엄 상품과 취향 기반 콘텐츠를 기반으로 차별화를 꾀했다는 설명이다.

백화점의 프리미엄 전략이 가장 두드러지는 공간은 식품관. 현대백화점은 업계 최초로 프랑스 백화점 봉마르쉐의 고급 식품관 '라 그랑드 에피세리'를 더현대 하이에 입점시키며 프리미엄 식품 라인업을 강화했다. 또 전국 각지 생산자를 발굴해 선보이는 '위대한 생산자' 코너와 유명 맛집 협업 상품을 소개하는 '테이스티 테이블' 등 차별화된 식품 콘텐츠도 운영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출시 후 한 달간 해당 상품관 매출은 목표 대비 3배 이상을 기록했다. 운영 품목 수도 기존 300여 종에서 최근 400여 종으로 확대했다. 이달 중에는 제주도의 말차 전문 카페 '산노루'에서 판매하는 최상위 등급 말차를 업계 단독으로 선보이며 차별화 상품을 확대할 예정이다.
사진=더현대 하이 캡처
사진=더현대 하이 캡처
인플루언서 등 유명인의 취향을 담은 상품을 제안하는 '아이콘샵'도 눈길을 끈다. 이 공간에서는 최근 젊은 소비자층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모델 홍태준, 넷플릭스 연애 예능 프로그램 '솔로지옥4' 출연자 배지연 등 유명인이 실제로 사용하는 제품을 소개한다.

일례로 홍태준은 자신의 취미인 러닝과 관련된 제품을, 배지연은 패션 모델로서 활동하며 쌓아온 자신만의 미감이 담긴 제품을 선보였다. 이는 자신이 선호하는 인물의 라이프스타일과 사용 제품까지 관심을 확장하는 젊은 소비자들의 '디깅(Digging)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백화점이 온라인 사업에 공을 들이는 배경은 오프라인 업황 둔화에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올해 4월 기준 주요 유통업태별 매출 비중을 보면 온라인 시장 비중은 60.3%로 나타났다. 전월에 이어 두 달 연속으로 60%를 넘기며 코로나 19 이후 시작된 성장세가 지속되는 모습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간한 '2026 유통산업 전망'에서도 올해 온라인 쇼핑 시장 성장률은 전년 대비 3.2%로 예상됐다. 반면 백화점은 0.7%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오프라인 성장 정체가 뚜렷해진 상황에서 백화점 업계의 온라인 영토 확장은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가 된 셈이다.

그중에서도 현대백화점이 취향 기반 큐레이션에 집중하는 이유는 백화점 고객의 쇼핑 목적이 일반 이커머스 이용자와 다르다는 판단에서다. 생필품이나 당장 필요한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플랫폼을 찾기보다는 새로운 브랜드와 상품, 최신 트렌드를 탐색하려는 수요가 많다는 설명이다. 이에 백화점이 가진 프리미엄 이미지와 상품 선별 역량을 온라인에서도 구현해 고객 발길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을 방문하는 고객들은 당장 필요한 상품을 찾기보다는 최근 출시된 신제품이나 인기 상품, 새로운 트렌드를 탐색하는 성향이 강하다"며 "배송 속도나 가격 경쟁보다는 고객 취향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상품과 콘텐츠를 추천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