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8일 청와대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촉발된 선관위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있은 국가 4부 요인과 회동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사퇴로 불참했다.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청와대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촉발된 선관위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있은 국가 4부 요인과 회동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사퇴로 불참했다.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8일 오후 청와대에서 4부 요인 회동을 열고 "선거는 대한민국 기본적 헌정 질서의 핵심을 이루는 국민주권의 실현 과정"이라며 "숫자가 얼마가 되든 결과에 영향이 있든 없든, 투표권 행사를 제대로 보장하지 못한 것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회동에는 선관위원장을 제외한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가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선관위는 헌법이 정한 독립기관이어서 어떤 잘못을 저질러도 감사조차 할 수 없다는 게 현 법률의 해석"이라며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공식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의 대응 방향으로 진상 규명, 국민 눈높이에 맞는 합당한 책임, 가능한 대안 대책 모색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이어 "범죄 혐의가 있지 않을까, 일부러 그랬나, 근본적 문제가 있나 등 진상은 밝혀야 한다"며 "고발도 들어왔기 때문에 합동수사본부를 꾸려 수사해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한편 조정식 국회의장은 "오늘 여야 모두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며 "지체 없이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를 추진해 진상 규명에 나서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선관위 채용 비리와 이른바 '소쿠리 투표' 사태를 언급하며 "감시와 견제를 받지 않은 시간이 오래되면서 외부의 시선과 비판, 경고에 둔감한 닫힌 조직이 돼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민주 국가에서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 어떻게 발생하게 됐는지 그 진상을 소상히 밝히고 문제의 원인을 면밀히 파악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법부 역시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본연의 역할을 통해 선거의 공정성과 국민의 권리를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은 "이번 사태를 뼈아픈 계기로 삼아 사안의 진상을 엄밀하게 파악하고 그에 대한 법적 평가를 해야 한다"며 "국민 모두가 굳게 신뢰하는 민주주의로 또 한 번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번 자리가 헌법기관 책임자들의 공동 문제 해결 선언의 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률을 고치고 필요하다면 헌법을 고쳐서라도 국민들이 제기한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결의를 함께 나누는 자리로서 오늘이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이정우 한경닷컴 기자 krse905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