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그럴듯한 제안으로 시작되는 투자 사기…자책보다 대응이 먼저
투자 사기는 대개 이렇게 솔깃한 말로 시작된다. 처음에는 유명 금융회사나 전문가가 추천하는 상품처럼 보인다. 실제 거래 화면처럼 만든 가짜 앱을 보여주기도 하고, 단체 채팅방에서는 이른바 ‘바람잡이’들이 큰 수익을 냈다는 후기와 인증사진을 계속해서 올린다. 때로는 피해자에게 소액의 수익금을 실제로 지급하여 믿음을 얻기도 한다.
그러나 피해자가 신뢰를 갖고 투자금을 늘리면 상황은 달라진다. 출금하려면 세금이나 수수료를 먼저 내야 한다거나, 추가 투자를 해야 원금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돈을 더 보내게 만든 뒤, 어느 순간 연락이 끊기고 전문가인 줄 알았던 사기범은 자취를 감춘다.
오늘날의 투자 사기는 매우 정교하다. 비상장주식이 곧 상장된다고 속이거나, 가상자산·해외선물 투자로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유인하기도 한다. 유명인이나 금융회사 직원을 사칭하기도 하고, 가짜 수익 화면을 만들어 실제로 돈이 불어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도 한다. 투자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피해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투자에서 손실이 발생하였다고 해서 모두 사기인 것은 아니다. ‘투자’의 이면에는 필연적으로 ‘손실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내용을 거짓으로 설명하였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존재하지 않는 상품을 실제 상품처럼 소개하였거나, 원금을 보장할 능력과 의사가 없으면서 반드시 돌려준다고 말하였거나, 투자금의 사용처나 상장 가능성을 속였다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
특히 금융투자업자나 그 임직원이 투자자의 손실을 보전하거나 일정한 이익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하는 행위는 자본시장법상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유사투자자문업자 역시 손실이 보전되거나 이익이 보장되는 것으로 오인하게 하는 광고를 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원금 보장”, “확정 수익”과 같은 말은 투자자를 안심시키는 근거가 아니라, 오히려 경계하여야 할 신호일 수 있다.
투자 사기를 예방하려면 지나치게 좋은 조건일수록 한 번 더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상장이 확정되었다”, “기관만 살 수 있는 물량이다”, “오늘 입금하지 않으면 기회가 끝난다”는 말을 들었다면 서둘러 송금하기보다 일단 멈추어야 한다.
상대방이 금융회사 직원이라고 주장한다면 그 사람이 알려준 연락처만 믿어서는 안 된다. 해당 회사의 공식 홈페이지에 기재된 대표번호를 통해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개인 명의 계좌로 입금을 요구하거나, 여러 계좌로 나누어 송금하라고 하거나, 이미 지급한 돈을 돌려받기 위해 다시 돈을 보내야 한다고 말한다면 특히 주의하여야 한다.
투자 제안을 받을 때에는 상대방의 설명 내용을 반드시 기록으로 남겨두어야 한다. 투자 사기 사건에서는 결국 어떤 설명을 믿고 돈을 투자하였는지가 매우 중요한 쟁점이 되기 때문이다.
전화나 대면으로 투자 설명을 들었다면 본인이 참여한 대화는 녹음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 이메일, 투자설명서, 계약서, 광고 화면, 입금계좌, 홈페이지 주소, 앱 화면, 수익률 표시 화면, 출금이 제한된 화면도 모두 저장해 두어야 한다.
사기범은 문제가 생기면 대화내용을 삭제하고, 홈페이지를 폐쇄하며, 자신이 했던 말을 부인하는 경우가 많다. 피해 사실을 인지한 후 뒤늦게 증거를 찾으려 하면 이미 중요한 자료가 사라진 뒤일 수 있다. 투자 당시의 설명과 송금 과정에 관한 자료를 차분히 확보해 두는 것만으로도 이후 법적 대응의 성패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미 돈을 보낸 뒤 사기가 의심된다면, 더 이상 추가 송금을 해서는 안 된다. “수수료만 내면 출금된다”, “세금만 입금하면 원금까지 돌려주겠다”는 말은 피해를 더 키우는 수법일 수 있다. 즉시 송금내역, 대화자료, 녹음파일, 상대방의 연락처와 계좌번호, 관련 회사와 소개자의 정보 등을 확보하고, 신속하게 형사고소, 금융기관을 통한 계좌 지급정지 등 가능한 조치를 검토하여야 한다.
민사상 조치도 서둘러야 한다. 투자 사기범은 피해금을 이미 인출하거나 다른 사람 명의로 옮겨 두었을 가능성이 있고, 애초에 자기 명의의 재산이 거의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나중에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압류할 재산이 남아 있지 않다면 실질적인 피해 회복은 어렵다. 따라서 상대방의 예금, 부동산, 차량, 임대차보증금 등 확인 가능한 재산이 있다면 가압류와 같은 보전처분을 신속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실제 범행에는 한 사람만 관여한 것이 아닐 수 있다. 투자자를 소개한 사람, 허위 자료를 전달한 사람, 투자금을 받은 법인, 범행에 이용된 계좌의 명의자, 가짜 앱이나 홈페이지 운영에 관여한 사람 등이 함께 관련되어 있을 수 있다. 주범에게 재산이 없다면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나 관련자의 책임까지 함께 살펴보는 것이 피해 회복의 중요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오늘날의 투자 사기는 누구라도 믿을 수 있도록 치밀하게 설계된다. 가족을 위해 자산을 늘려보려는 마음, 노후를 대비하려는 마음, 조금 더 나은 미래를 바라는 마음을 범죄자가 악용하는 것이다.
잘못은 믿은 사람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믿게 만든 뒤 돈을 빼앗은 사람에게 있다.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이 부끄럽거나 스스로를 탓하는 마음 때문에 대응을 늦추면, 범인은 그 사이 돈을 옮기고 또 다른 피해자를 찾을 수 있다.
피해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증거를 모으고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 그것이 자신의 재산을 지키고, 추가 피해를 막으며, 범죄자에게 책임을 묻는 첫걸음이다.
글 법무법인 위온 대표변호사 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