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 이사는 27일(현지시간)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인플레이션은 분명 잘못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예상했던 디스인플레이션이 적절한 시기에 나타나지 않는다면 금리를 인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4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이 전년 대비 3.8%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연준의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물가 재상승의 주요 배경으로는 이란 전쟁에 따른 휘발유 가격 급등을 꼽았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물가도 4월 기준 3.3% 오른 것으로 추산했다. 근원 PCE 기준으로는 202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쿡 이사는 관세와 에너지 가격 충격이 원칙적으로는 일시적일 수 있다고 보면서도, 충격이 임금과 제품 가격에 반영될 경우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새로운 물가 변수로는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를 지목했다. 쿡 이사는 현재까지 발표된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만 1조5000억 달러를 넘어섰고, 실제 집행액은 일부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향후 AI 관련 투자가 본격화하면 반도체, 첨단 장비,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전력·수도 등 인프라 비용에도 추가 압력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이미 반도체와 첨단 장비, 소프트웨어 가격이 크게 올랐고 전기·수도 요금도 최근 1년간 각각 약 5%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로봇과 AI 인프라 투자를 확대할 경우 자본지출 부담이 커지고, 이 역시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노동시장은 아직 안정적이라고 봤다. 미국 실업률은 4월 4.3%로 지난해 여름 이후 큰 변동이 없고 노동 수요와 공급도 대체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중동 전쟁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과 AI 확산이 향후 고용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쿡 이사는 AI가 장기적으로 생산성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통화정책 측면에서는 현재 물가 위험이 여전히 더 크다며, 금리 동결을 유지하되 인플레이션 상방 리스크에 대응할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쿡 이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해임 시도와 관련해 소송을 진행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쿡 이사가 과거 주택담보대출 신청 과정에서 허위 정보를 기재했다며 해임을 추진했지만, 쿡 이사 측은 정치적 압박이라고 맞서고 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